우울증 앓는 '혼자 사는 남성'... 자살 위험 332% 증가

 혼자 사는 성인이 우울증과 불안을 동시에 경험할 경우 자살 위험이 무려 558%나 증가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1인 가구가 급증하는 한국 사회에 심각한 경종을 울리는 결과로, 정신건강과 거주 형태 간의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준다.

 

자살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7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심각한 보건 문제다. 특히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가 24.1명으로, 2003년부터 2023년까지 20년 연속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가구의 3분의 1이 1인 가구라는 사실은 더욱 우려를 자아낸다.

 

혼자 사는 생활은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며, 이는 다양한 정신질환과 신체적 질병의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외로움과 절망감을 심화시켜 자살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도시화, 인구 고령화, 가족 구조의 변화, 다세대 가구 감소, 이혼율 증가 등 한국 사회의 변화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숭실대, 성균관대, 독일 샤리테 의대 연구진은 거주 환경과 정신건강 상태가 자살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대규모로 조사했다. 200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종합건강검진에 참여한 만 20세 이상 성인 376만여 명을 대상으로 2021년까지 1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 대상자 중 11만여 명(3.0%)이 우울증을, 23만여 명(6.2%)이 불안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약 32만 명(8.5%)이 혼자 살고 있었다. 연구 기간 동안 총 1만 1648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과 불안을 모두 가진 채 혼자 사는 경우 자살 위험이 무려 558%나 증가했다. 우울증을 앓으며 혼자 사는 경우에는 290%, 불안을 경험하며 혼자 사는 경우에는 90%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정신건강 문제가 없더라도 단순히 혼자 산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살 위험이 44% 높아진다는 것이다.

 

연령과 성별에 따른 추가 분석에서는 4064세 중년층과 남성에서 자살 위험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우울증을 앓으며 혼자 사는 남성은 자살 위험이 332%, 4064세 중년층은 502%나 증가했다. 이러한 연관성은 생활습관, 임상적·정신적 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동일하게 유지됐다.

 

이번 연구는 정신건강 문제와 독거 생활이 결합될 때 자살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특히 우울증과 불안을 동시에 경험하는 1인 가구가 가장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음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게재되었으며,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 수립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한국 사회에서 독거인의 정신건강 관리와 사회적 연결망 구축이 자살 예방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특히 중년 남성 1인 가구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