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2주 전, 윤석열 ‘부정선거’ 다큐 관람에 정치권 술렁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는 극우 성향 유튜버이자 전직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 씨와 이영돈 PD가 공동 제작 및 기획했다. 영화는 사전투표 관리의 부실함과 표 전산집계 과정에서의 부정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전한길 씨와 이영돈 PD와 함께 극장 정중앙에 자리해 영화를 관람했고, 부정선거 의혹을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관람 후에는 별도의 공개 발언 없이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서 조용히 영화관을 떠났다.
이날 상영관은 300여석 규모로, 윤 전 대통령의 관람 소식이 알려지면서 매진되었다. 배급사 관계자는 “당초 전한길 씨 측 인원 100명과 부정선거파이터즈, 자유대학 등 청년 지지자 30여 명만 좌석을 채우고 있었으나 대통령경호처 측 요청으로 일반 예매를 허용했고, 그 결과 추가로 150석이 팔렸다”고 전했다. 관람 현장에서는 ‘윤 어게인’ 등의 구호가 울려 퍼졌으며, 지지자들은 플래카드와 붉은 풍선을 흔들며 윤 전 대통령을 환영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전한길 씨의 초청을 받고 이번 영화 관람에 나섰다고 알려졌다. 전 씨는 취재진에게 “윤 전 대통령이 공명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흔쾌히 참석했다”며 “2030 청년층이 많이 영화를 보러 온다기에 응원 차원에서 동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돈 PD는 관람 후 “윤 전 대통령이 ‘컴퓨터 등 전자기기 없이 대만식이나 독일식처럼 투명한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은 “청년들이 많이 와서 보기 좋았다”는 소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윤 전 대통령의 행보는 대선을 앞두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영돈 PD도 이날 “만약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통계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면 불복 운동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화관에는 무소속 황교안 대선 후보도 모습을 드러냈는데, 황 후보는 배급사의 초대가 아닌 자발적 관람 차원에서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 주장 영화 관람에 대해 여권은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그 선거 시스템으로 본인이 당선됐는데 부정선거라 주장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하며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을 탈당한 자연인이라 했지만 실제로는 깊은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이 조만간 “석고대죄, 국민 사죄쇼를 할 것”이라며 국민을 속일 만큼 정치 의식이 낮지 않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한민수 대변인은 윤 전 대통령을 향해 “파면된 내란 수괴가 부정선거 망상을 유포하며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 일부가 ‘윤어게인’ 캠프를 꾸려 내란 수괴와 한 몸임을 과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6월 3일 대선에서 국민이 극우 내란 세력을 심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이번 행보에 대해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윤 전 대통령은 이미 탈당한 자연인”이라며 “일정에 대해 코멘트할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도 “윤 전 대통령과 당은 이제 관계가 없다”며 “계엄 문제에 대해 반성하고 자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영화 관람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하지 않고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 선관위가 해명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선관위의 부정선거 의혹 일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 관람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3일 ‘12·3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며 부정선거론을 주장한 데 이어 부정선거 의혹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이 행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윤 전 대통령의 이번 공개 행보가 대선 판세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며, 부정선거 논란이 선거 정국을 더욱 격화시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정치적 긴장과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