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첫날부터 터진 ‘관리 부실’..“밥 먹고 다시 투표를"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과 관련 영상에 따르면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용지를 소지한 채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투표소로 돌아오기도 했다. 또 일부는 두 번째 신분 확인 없이 곧바로 기표소로 향한 것으로 알려지며 투표 절차의 허점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외부 대기 중인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용빈 사무총장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사무총장은 “기표 대기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투표용지 발급 속도를 조절하지 못했고, 대기 중 선거인에 대한 통제도 완벽하지 못했다”며 선거 관리 부실을 인정했다. 이어 “해당 투표소의 관리 미비는 모두 선관위의 책임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국 지역선관위에 주의사항을 전파했으며, 기표대 수를 기존 6개에서 13개로 늘리는 등 후속 조치를 진행했다.
다행히 선관위는 관외 투표자 수(4,243명)와 회송용 봉투 수가 일치했으며, 외부 대기 중이던 유권자 전원이 누락 없이 투표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사후 해명에도 불구하고 “투표용지를 투표소 밖으로 소지하고 나가는 일이 합법적인 절차인가”라는 의문은 남아 있으며, 선관위는 이에 대해 “법적으로 금지된 사항은 아니지만 바람직한 운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정치권의 비판도 거세다. 국민의힘 박성훈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사전투표 첫날부터 드러난 부실한 선거 관리”라며 “선관위는 규정상 문제없다는 식의 안일한 대처로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본투표일까지 단 한 건의 논란도 없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도 “20대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에 이어 이번엔 ‘밥그릇 투표’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부실한 선거 관리가 반복되고 있다”며 선관위의 신속한 해명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투표용지가 투표소 밖으로 무방비하게 나가게 둔 건 상식 밖”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보탰다.
해당 사전투표소는 2022년 1월 이후 사용되지 않은 건물로, 폐쇄회로(CC)TV 등 기본적인 보안 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현장에는 중앙선관위 직원 없이 서대문구청 소속 공무원이 관리관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역시 관리 체계의 허점을 드러내는 대목으로 지적된다.
한편 같은 날 전국적으로 사전투표 열기는 뜨거웠다. 서울 중구 소공동 투표소에는 오전 11시 30분부터 500m가 넘는 관외 유권자 대기줄이 형성됐고, 인천국제공항 투표소에도 수백 명의 인파가 몰리는 등 높은 투표 참여율을 보였다. 유권자 신모(78) 씨는 “만사 제쳐두더라도 투표는 꼭 해야 한다”며 시민의 소중한 한 표를 강조했다.
선관위는 이번 사전투표가 공정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흠집이 나지 않도록 남은 투표 기간 동안 재발 방지를 위한 전면 점검과 조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투표용지 외부 반출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만큼, 선거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전면적 제도 개선과 실질적인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