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식물 기관' 만든 이진숙, 새 정부와 철판 깔고 버티기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되어 '공영방송 장악' 시도 의혹 등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의 거취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3년 임기에도 불구하고, 거센 사퇴 요구 속에서 자리를 지키며 새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향후 행보는 새 정부가 추진할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방향과 국회에서의 입법 과정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7월 말 취임한 이후 끊임없이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2인 위원' 체제에서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을 무리하게 임명하거나 추천하는 과정에서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임명 당시부터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으며, 현재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앞서 이동관,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국회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자진 사퇴했던 사례와 비교되며 이 위원장의 퇴진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현재 방통위는 김태규 부위원장의 사퇴로 이 위원장 1인 체제가 되어 사실상 안건 심의 및 의결이 불가능한 기능 마비 상태이다. 방통위의 조속한 정상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언론계와 시민사회계는 이 위원장의 즉각적인 자진 사퇴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사퇴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새 정부 출범 후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두 차례의 국무회의에 모두 배석하는 등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새 정부가 예고한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작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새 정부는 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흩어진 방송·영상·미디어 관련 규제 및 정책 기능을 통합하고 방통위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개편 논의는 국회에서도 구체적인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발의한 방통위법 개정안은 과기정통부의 방송·통신 관련 업무를 방통위로 이관하고 위원 수를 9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부칙에 따라 현 위원장 및 위원들의 임기가 자동으로 종료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진숙 위원장의 임기 지속 여부는 국회에서의 법안 통과 여부와 새 정부의 미디어 정책 추진 속도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