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특히 조심해야 할 ‘살인 아메바’.."치사율 97%, 치료법 없어"
‘뇌 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파울러자유아메바’(Naegleria fowleri)에 의한 감염 사망 사례가 최근 미국에서 발생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피해자는 텍사스주의 한 캠핑장에서 끓이지 않은 수돗물로 코 세척을 하던 71세 여성으로,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 감염이 의심돼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 발현 후 8일 만에 숨졌다.파울러자유아메바는 현미경으로만 관찰 가능한 매우 작은 단세포 생물로, 따뜻한 담수 환경에서 서식한다. 강, 호수, 온천 등 온도가 높은 민물이나 토양에서 주로 발견되며, 수영장이나 수돗물에서도 극히 드물게 존재할 수 있다. 아메바가 코를 통해 체내에 들어가면 후각신경을 타고 뇌로 침투해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킨다.
감염 경로는 주로 수영이나 레저활동 중 아메바가 포함된 물이 코로 유입될 때 발생하며, 코 세척 시 오염된 물을 사용해도 감염될 수 있다. 하지만 아메바가 포함된 물을 마시는 경우 감염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 간 전파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감염 후 잠복기는 보통 2~3일에서 길게는 7~15일까지 다양하다. 초기 증상은 두통, 정신 혼미, 후각 이상 및 상기도 증상으로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서 심한 두통, 고열, 구토, 목 경직 증세가 발생한다. 이후 혼수상태에 빠지며 대부분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증상 발현 후 일주일 이내 사망률은 97%에 달해 치료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은 세균성 뇌수막염과 증상이 유사해 초기 진단이 어렵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생존율이 5% 미만으로 떨어진다. 현재 이 병을 완치하는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으나, 감염 초기에 항진균제와 기타 약물을 병용하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매년 10명 미만의 환자가 보고되며, 1962년부터 2023년까지 164명이 감염됐지만 생존자는 단 4명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2023년까지 총 381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고, 생존자는 8명에 그친다.
뇌 먹는 아메바 감염은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보고되고 있으며, 미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인도, 파키스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발생 사례가 있다. 일본에서는 1996년 처음 감염 사례가 보고된 이후 온천 및 공장 배수 등에서 파울러자유아메바가 검출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에 처음으로 뇌 먹는 아메바 감염 사망자가 발생했다. 감염자는 태국에서 감염된 뒤 귀국 당일 응급실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10일 만에 사망했다. 국내 기후가 점차 아열대성으로 변해감에 따라 파울러자유아메바의 국내 분포 실태 조사 및 예방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CDC는 뇌 먹는 아메바 감염 예방을 위해 몇 가지 안전 수칙을 권고한다. 우선, 담수에서 수영하거나 다이빙할 때는 코를 손으로 막거나 코 클립을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천 이용 시에는 반드시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어야 하며, 아메바가 주로 얕은 물속 바닥에 서식하므로 바닥을 파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 또한 코 세척 시에는 반드시 증류수나 끓인 수돗물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염소로 소독된 수영장 물이나 바닷물은 뇌 먹는 아메바가 생존할 수 없어 감염 위험이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따라서 안전한 수질 관리를 통해 아메바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텍사스 사망 사례는 뇌 먹는 아메바 감염이 결코 희박한 가능성이 아니며, 적절한 예방 조치와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임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에게 특히 무더운 여름철 민물이나 온천 등에서 활동 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