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버린 교촌, 배민과 '수수료 동맹' 맺어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는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협약을 체결하고 쿠팡이츠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교촌이 쿠팡이츠에서 철수하는 대신, 가맹점주들이 배민에서 부담하는 중개수수료를 대폭 인하받는다는 것이다. 배민과 쿠팡이츠 모두 점주들에게 매출의 2.0~7.8%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으나, 이번 제휴에서 제시된 인하율은 비공개임에도 불구하고 점주들의 동의율이 99%에 달할 만큼 조건이 파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교촌의 배달 매출 비중은 배민 37%, 쿠팡이츠 17%, 요기요 4%로 나타난다. 교촌 입장에서는 매출 손실보다 중개수수료 절감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며, 플랫폼 측면에서는 대형 프랜차이즈 유치를 통한 점유율 방어 및 확대 전략이 본격화된 셈이다.
이번 협약으로 배달앱 시장의 경쟁은 한층 더 격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기준 배민의 점유율은 58.7%, 쿠팡이츠는 22.7%로 두 회사가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더 높게 추정되는 만큼, 각자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수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츠는 그간 와우멤버십을 통해 무료 배달 혜택을 앞세우며 이용자 확대에 집중했고, 이에 대응해 배민은 유료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을 도입한 데 이어 OTT 플랫폼 티빙과의 결합 상품까지 출시하며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쳐왔다. 교촌치킨과의 제휴 역시 이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수익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쿠팡이츠의 점유율 확대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치킨은 대표적인 ‘락인’(lock-in) 소비 품목 중 하나다.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의 치킨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유통 채널이 제한되더라도 매출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교촌의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휴에는 수수료 인하 외에도 배민이 자체 부담으로 진행하는 할인 행사, 쿠폰 발행 등의 마케팅 지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이번 제휴를 계기로 다른 대형 브랜드들예컨대 BBQ, bhc 등의 향후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배민 혹은 쿠팡이츠와 유사한 형태의 독점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강 간의 대형 프랜차이즈 확보 경쟁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프랜차이즈나 개인 사업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들은 복수의 플랫폼에 입점하면서도 대형 브랜드에 비해 우대 조건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대형 브랜드에 집중되는 혜택 구조로 인해 중소 브랜드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울 수 있다”며 “공정한 시장 환경을 위해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배달 플랫폼들의 ‘프랜차이즈 동맹’ 경쟁이 앞으로 시장에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