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에 변화하는 택배 노동환경, 실효성은 과연?

 기록적인 극한 호우 이후 찜통더위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택배업계가 현장 근무자의 건강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더위 속에서 작업중지권 보장, 지연배송 면책, 휴식 시간 확대 등 근로자 중심의 보호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최근 전국 택배기사와 물류센터 근무자에게 자율적인 작업중지권을 부여하고, 이로 인한 배송 지연에 책임을 묻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내용은 CJ대한통운 택배를 이용하는 고객사에도 공문으로 전달됐다. 현장 기사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전에도 CJ대한통운은 업무용 앱을 통해 기사들에게 "온열질환에 대비해 무리한 배송을 지양하고,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작업을 멈출 것"을 권고했다. 이번 조치는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한 것으로, 기사들이 기온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스스로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명문화했다. 작업중지권은 과거 폭염이나 폭설, 태풍 등 악천후 상황에서도 시행된 바 있다.

 

또한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에게 정해진 휴가 사용을 권장하고, 매시간 50분 근무 후 10분 휴식을 의무화하고 있다. 나아가 8월 14일~15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해 모든 택배기사가 배송을 멈추고 휴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리점연합회와 택배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한 CJ대한통운은 적정 근무 기준이 지켜지지 않는 대리점의 경우 계약 해지까지 검토하는 등 택배종사자들의 건강권을 강력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한진도 최근 극심한 호우와 폭염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택배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며 고객들의 양해를 요청했다. 전 영업소에 "무리한 배송을 하지 말고, 건강을 우선시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전달했으며, 대전메가허브 터미널에 냉방기를 증설해 쾌적한 작업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 가장 무더운 시간대를 피해 배송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근무 운영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혹서기 대응을 위한 '현장 안전 가이드라인'을 전 영업소에 배포하고, 온열질환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고열이 발생할 수 있는 물류 거점 내부에 냉방 장비와 얼음팩, 쿨조끼 등 냉방 용품도 비치하고 있다.

 

하지만 택배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에도 일부에서는 현장에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부분의 택배기사가 소득이 배송 물량에 연동되는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에, 작업중지권 등의 실질적 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의 특성상 폭염 대응이 늦으면 온열질환자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당장 배송보다 사람의 생명이 더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건 긍정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도 택배 등 야외·고온 작업이 잦은 업종에 대한 폭염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2025년 폭염 대응 가이드라인'을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 기업에 전달했으며, 물류·건설 등 고위험 업종에 대해 작업시간 조정, 충분한 휴식, 냉방기기 비치 등 안전 조치 준수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