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해파리-뱀?! 휴가철 '뜻밖의 손님' 대처법, 당신은 틀렸다

야외 활동 중 잠시 눈을 붙이거나 취침할 때, 혹은 낮에 활동 중에도 예상치 못하게 벌레가 귀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귀 안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 당황하기 쉽지만, 이때 면봉이나 핀셋을 이용해 벌레를 빼내려 시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자칫 귀 안쪽에 상처를 내거나 벌레를 더 깊숙이 밀어 넣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침착하게 식용유나 올리브기름을 한두 방울 귀에 떨어뜨려 주는 것이 좋다. 기름은 벌레를 질식시켜 움직임을 멈추게 하며, 이후 가까운 응급실이나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제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 중 하나가 바로 해파리 쏘임이다. 다행히 국내 연안에 출몰하는 해파리의 대부분은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쏘인 부위에 극심한 통증과 함께 붉은 발진, 가려움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때 흔히 알려진 민간요법인 식초나 알코올 등으로 쏘인 부위를 씻어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일부 해파리의 경우 식초가 오히려 독침 세포를 자극하여 더 많은 독 성분을 방출하게 만들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해파리에 쏘였다면 가장 먼저 바닷물로 쏘인 부위를 충분히 씻어내야 한다. 만약 촉수가 피부에 남아 있다면 신용카드나 플라스틱 조각 같은 평평한 도구를 이용해 피부를 긁어내듯 조심스럽게 제거한다. 증상이 한 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부종이 심해진다면, 진통제나 항히스타민제 처치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이나 계곡을 찾을 때 뱀 물림 사고는 드물지만 치명적일 수 있다. 영화에서처럼 물린 부위를 칼로 째거나 입으로 독을 빨아내는 행위는 감염과 출혈의 위험을 높이고 독이 더 빠르게 퍼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뱀에 물렸을 경우 가장 중요한 응급처치는 환자를 안정시키고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물린 부위를 심장보다 낮게 유지하고, 부목이나 천을 이용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한 후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이때 팔이나 다리를 너무 꽉 묶어 혈류를 완전히 차단하면 조직 괴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여유를 두고 묶는 것이 중요하다.
넘어지거나 날카로운 것에 베여 피부가 찢어지는 열상은 휴가지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손가락, 발가락, 얼굴 부위는 혈관이 밀집되어 있어 작은 상처에도 출혈이 심할 수 있다. 이때 시중에서 판매하는 지혈제나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상처 부위에 이물질을 바르는 것은 오히려 감염을 유발하고 상처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응급처치는 깨끗한 거즈나 천을 상처 부위에 대고 지속적으로 압박하여 지혈하는 것이다. 출혈이 멈추지 않거나 상처가 깊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뜨거운 햇볕 아래 야외 활동 중 의식이 흐려지고 피부가 뜨거워지며 땀이 나지 않는다면 열사병을 의심해야 한다. 열사병은 체온 조절 중추가 마비되어 체온이 40℃ 이상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위험한 응급질환이다. 심하면 장기 손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열사병 환자를 발견했다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하고, 환자를 그늘지고 시원한 장소로 옮겨 옷을 느슨하게 해준다. 물수건이나 선풍기 등으로 체온을 적극적으로 낮춰주는 것이 중요하며, 얼음주머니가 있다면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큰 혈관이 지나가는 부위에 대주면 효과적이다. 하지만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물이나 음료를 강제로 마시게 하면 기도 폐쇄의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 삼가야 한다.
여름철 캠핑이나 등산, 계곡 피서 중 벌에 쏘이는 사고 역시 흔하다. 대부분은 쏘인 부위의 국소적인 통증이나 부종으로 끝나지만, 벌독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아나필락시스'로 이어질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성분에 대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으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호흡곤란, 의식 저하까지 유발하는 심각한 응급질환이다. 벌에 쏘인 후 갑자기 입술, 얼굴, 목이 부어오르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아나필락시스를 의심하고 망설임 없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과거에 벌에 쏘여 심한 두드러기나 호흡곤란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안정을 취하며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아나필락시스 병력이 있는 사람은 에피네프린 자가주사기(EpiPen)를 미리 준비하여 휴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유진 교수는 "아나필락시스는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여행지에서도 항상 경각심을 갖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즐거운 휴가가 한순간의 사고로 얼룩지지 않도록, 떠나기 전 기본적인 응급처치 요령을 숙지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안전한 휴가야말로 진정한 힐링의 시작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