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말8초' 고물가에 닫힌 해외길? '가심비' 국내여행이 대세

롯데멤버스의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지난 8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20~60대 남녀 1,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여름 국내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응답이 52.7%에 달해 작년보다 무려 1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여행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25.9%에 그쳐 작년 대비 5.2%포인트 감소하며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던 흐름과는 사뭇 다른 결과로, 국내 관광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국내 여행지 중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강원도(18.1%)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지만, 강원도를 꼽은 응답자의 비중은 작년보다 7.8%포인트 줄어들어 특정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17.3%)와 부산(12.2%)이 그 뒤를 이어 여전히 인기 있는 국내 관광지의 면모를 과시했다. 한편,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은 동남아(30.8%)와 일본(30.4%)을 가장 선호했으며, 유럽(14.6%)으로 떠나는 장거리 여행객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휴가 예상 시기는 7월 마지막 주(29.1%)와 8월 첫째 주(22.5%)에 집중되어 이른바 '7말8초'에 휴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통적인 여름 휴가 성수기 패턴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휴가 예산에 있어서는 국내여행의 경우 숙박비와 교통비를 포함한 1인당 예상 지출이 50만~100만원(36.8%)이 가장 많았고, 해외여행은 100만~200만원(27.7%) 구간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국내여행이 해외여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적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점은 응답자들이 여름휴가지 선정 시 비용(41.7%)보다 관광지와 놀거리(54.8%), 음식(48.8%)을 더욱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저렴한 곳을 찾는 것을 넘어, 휴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과 만족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를 보여준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휴가를 가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30.9%에 달했으며, 휴가는 내지만 여행은 가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16.4%로 나타났다. 이들이 휴가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이 커서(42.3%)'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성수기라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29.4%)', '휴가를 가야 할 이유를 크게 못 느껴서(22.9%)' 등이 뒤를 이었다. 휴가 비용을 아낀 이들은 그 돈을 생활비(37.4%), 적금·저축(15.3%), 주식 투자(6.8%) 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답해,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재정 관리에 더욱 신경 쓰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롯데그룹의 통합 멤버십 엘포인트의 고객 거래 데이터와 설문조사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하는 '라임'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었으며, 4,3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도를 높였다. 올해 여름휴가 트렌드는 국내 관광 활성화와 더불어 개인의 경제 상황 및 가치관 변화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향후 관광 산업 및 소비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