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만 향한 감사 인사'...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의대생들의 뒤늦은 복귀 선언

 의대생들이 1년 5개월간의 집단 휴학 끝에 학교로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7월 12일, 윤석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발표에 반발해 2024년 2월 20일부터 시작된 집단 행동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올해 4월 정부의 의대 정원 조정(2025학년도 1509명에서 2026학년도 3058명으로 복구) 이후에도 이어지던 수업 거부가 마침내 종료됨을 의미한다.

 

복귀 결정의 배경에는 '유급'이라는 현실적 압박이 자리잡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5월 7일 기준 전체 의대 재학생 1만 9475명 중 8305명(42.6%)이 유급 대상자로 분류됐다. 대부분의 대학이 7월 하순 유급 처리를 확정할 예정이었기에, 의대생들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의대 교육과정이 1년 단위로 구성되어 있어 1학기 유급 처리를 받으면 2학기 복학이 불가능하고, 이미 1년을 휴학한 상황에서 추가로 1년을 더 손실할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한 의대생은 "어차피 2년 유급이 '쫄리는' 시점이 되면 꼬리를 내릴 거라고 예상했다"며 복귀 결정이 예상된 수순이었다고 평가했다. 4월 말 학교의 최후통첩 이후 의대생 사이에서 복귀 여부에 관한 논쟁이 있었으나, 당시 학생회가 이탈을 단속하며 집단행동을 유지했다. 그러나 5~6월로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정치권 간 협의가 진전되지 않는 상황이 확인되고, 분위기를 주도하던 일부 남학생들이 입대하면서 단합이 흔들렸다. 의대생·의사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의 여론도 '한 명이라도 유급당하면 전체가 돌아가지 않겠다'는 비장한 결의에서 유급 확정 학생을 조롱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다른 의대생은 복귀 시점이 늦어진 이유로 정치적 상황을 언급했다. "4월 4일 윤석열 탄핵이 인용됐지만 정권교체 여부가 불확실했고, 대선이 6월 3일에야 끝났다. 새 정부와 의대생들이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린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제 의대생들은 복귀 후 학사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해 "압축이나 날림 없이 제대로 교육을 받겠다"며 사실상 유급 없이 내년 학년 진급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당한 특혜'라는 비판과 '의료 현실'을 고려한 현실론이 맞서고 있다.

 

특히 3~4월에 이미 복귀한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먼저 복귀한 의대생은 "교육부가 신고센터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같은 성인끼리 신고한다고 큰 효과가 있기 어렵다"며 괴롭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반면 현실적으로 의대생들을 유급시키면 의사 배출이 줄어 의료 현장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국 의대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는 유급 처리 기록은 남기되 학생들을 2학기에 복귀시키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교수는 "공정성은 중요하지만 절대선은 아니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의 정상화도 공정성 못지않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복귀 과정에서 의대생들이 정치권에만 고마움을 표하고 고통받은 시민들에 대한 공감이 부족했다는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고려대 교수는 "이번 사태로 상급종합병원들은 전공의 없이도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전공의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필수의료' 현장을 지탱할 인력 문제가 남아있으며, 전문의 양성 과정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의사의 공적 역할에 대한 긍정적 경험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