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널 믿었는데... 배신당했다?!

 연일 맹렬한 기세를 떨치고 있는 불볕더위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온열질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으로 더위를 식히려는 이들이 많지만, 전문가들은 특정 온도 이상에서는 선풍기가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작열하는 태양이 도심을 달구는 가운데, 시민들은 손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와 씨름하지만 역부족이다. 찜통더위 속 선풍기는 기대했던 시원함을 안겨주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실내에서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 사용하는 것은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임지용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바깥 공기가 더울 때 방문을 닫고 선풍기를 켜면 질식사의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며 밀폐된 공간에서의 선풍기 사용 자제를 당부했다.

 

실제로 주변 온도가 체온보다 높아지면 선풍기는 시원함을 넘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을 비롯해 영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은 35도 이상의 고온에서는 선풍기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기온이 너무 높을 경우, 선풍기 바람은 땀의 증발을 통해 체온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공기를 순환시켜 오히려 체온을 올리고 수분만 빠르게 증발시켜 탈수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함승헌 가천대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뜨거운 바람이 선풍기를 통해 우리 몸에 더 축적되고, 기온이 낮아지지 않고 땀 배출만 하게 되면 탈수 증상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폭염 시 에어컨과 선풍기를 함께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이는 체감온도를 약 4도 낮춰주는 효과는 물론, 에어컨 단독 사용 대비 전기요금을 최대 70%까지 절약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만약 에어컨 사용이 어렵거나 없는 환경이라면, 전문가들은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공공장소나 무더위 쉼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주기적인 샤워나 찬물 족욕 등으로 체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탈수를 예방하고,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폭염은 단순한 더위를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재난이다. 따라서 선풍기 한 대에만 기대기보다, 올바른 냉방 방법을 엄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주변의 온열질환 취약계층에게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