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관세 폭탄에도 '이미 계획 있다'... 미국 압박에 무릎 꿇지 않는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의 배수진

 멕시코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3)이 취임 300일을 맞았다. 기후물리학 박사 출신인 그는 매일 아침 '국민의 아침'(마냐네라 델 푸에블로) 기자회견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주요 현안을 차분히 설명하는 소통 방식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집권 여당 국가재건운동의 대선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으며, 2023년 10월 1일 1824년 멕시코 연방정부 수립 이후 첫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미국 싱크탱크 'AS/COA'의 7월 조사에 따르면 그의 지지율은 76%에 달하며, 지난 2월에는 85%까지 치솟아 최근 30년간 멕시코 대통령 중 최고 수준의 지지를 받았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시티 시장 재임 시절 코로나19 대응으로 주목받았다. 마스크 착용을 개인의 선택이라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전임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달리, 그는 마스크 착용 권유 등 적극적인 방역 조치를 주도했다.

 

범죄 조직 대응에서도 전 정부의 '포용 정책'과 다른 강경한 단속을 추진해 임기 초반 몇 달 동안 멕시코 내 살인 범죄 발생률을 약 25%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물가 안정, 기본 생계 보장, 최저임금 인상, 노인·여성 대상 연금 확대 등 사회보장 정책도 강화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도 절제된 대응을 보이며 외교적 성과를 이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위협했으나, 셰인바움 정부는 협상을 통해 유예를 받아내고 3월에는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 간 무역협정(USMCA)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도 이끌어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에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을 때도 "미국 정부와 합의에 도달할 것을 믿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멕시코만 명칭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미국 국가 명칭도 '멕시코 아메리카'로 바꾸는 게 어떻겠는가"라고 반박하는 등 할 말은 하면서도,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전략적 태도를 유지했다.

 

셰인바움 정부는 '플란 멕시코'라는 6년 경제발전 전략을 통해 국내 공급망 강화와 무역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공공 구매품의 50% 이상을 국내 생산품으로 조달하고, 중남미 및 카리브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해 미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에너지 개혁'을 통해 국영 에너지 공기업이 저렴하고 깨끗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연방전력공사와 멕시코국영석유회사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고, 국가 전력망에 공급되는 전력의 54% 이상을 연방전력공사가 담당하도록 보장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조직범죄 대응, 치안 확보, 빈곤 문제, 재정 건전성 확보, 사법 개혁 등 해결해야 할 내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판사를 국민 직접 투표로 선출하도록 한 정책은 낮은 참여율(13%)로 인해 우려를 낳고 있으며, 2027년에는 천 명의 판사가 추가로 선출되는 2차 사법부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