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2명의 충격적인 영상을 연이어 공개하면서 이스라엘과 국제사회가 전례 없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특히 66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다비드의 앙상하게 마른 모습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를 여실히 보여주며, 인질들의 생존과 안위에 대한 전 세계적인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하마스가 공개한 영상에는 어둡고 좁은 터널 안에서 맨손으로 땅을 파고 있는 다비드의 모습이 담겼다. 그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건, 제 무덤을 파는 일입니다. 제 무덤이라 생각하고 파고 있습니다"라고 말해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영상 속 다비드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몸이 앙상하게 말라 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깊은 피로와 절망감이 역력했다. 이는 장기간의 억류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인질들이 겪고 있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였다. 하마스는 이와 함께 다른 인질의 영상도 공개하며, 인질들의 생존 상태를 과시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인질 가족들은 하마스가 의도적으로 인질들을 굶기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하며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다비드의 형제인 일라이 다비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 조직원들은 음식도, 물도 넉넉하다. 그러나 그들은 가자 주민들과 인질들을 굶겨 죽이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하마스의 이러한 행위가 명백한 전쟁 범죄이자 반인륜적 행위라고 규탄하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호소했다. 

 

이스라엘 중심도시 텔아비브에서는 현지 시각 2일,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인질들의 사진과 함께 "지금 당장 석방하라", "정부는 인질들을 데려오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인질 가족들의 절규와 시민들의 분노는 이스라엘 사회 전반에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으며, 정부의 인질 구출 노력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국제사회 역시 하마스의 비인도적인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연합(EU)은 하마스의 야만성을 강력히 지적하며, 모든 인질의 조건 없는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EU는 인질 억류가 국제 인도주의 법규를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임을 강조하며, 하마스가 인질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도 하마스의 인질 공개 영상을 비판하며, 인질들의 즉각적인 석방과 함께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상황 개선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이는 인질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임을 시사하며, 하마스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압박이 강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인도주의 위기가 극심한 가자지구에서는 민간인 희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AP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식량을 구하려던 주민들을 포함해 최소 27명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졌으며, 굶주림으로 인해 6명이 추가 사망한 것으로 병원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해졌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봉쇄와 지속적인 군사 작전으로 인해 식량, 물, 의약품 등 기본적인 생필품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이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OCHA)은 가자지구 인구의 절반 이상이 기아 수준의 식량난을 겪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의 영양실조 문제가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병원들은 연료와 의약품 부족으로 기능을 상실하고 있으며, 수십만 명의 이재민들은 임시 거처에서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질병의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 구호 단체들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통로를 즉각적으로 확대하고, 구호 물품의 안전한 전달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교전 상황과 정치적 문제로 인해 구호 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하마스는 독립국 팔레스타인이 수립되지 않으면 외부의 무장 해제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아랍 22개국이 최근 가자지구의 극심한 식량난 해소를 위해 하마스에 무장 해제와 권력 포기를 요구한 것에 대한 직접적인 반발로 해석된다. 아랍 국가들은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가자지구의 통치권 이양을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자신들의 무장이 이스라엘 점령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자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의 주권을 지키는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어떠한 타협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마스의 이러한 입장은 인질 협상 및 가자지구 사태 해결의 복잡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질들의 생존과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도적 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