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한 그릇에 2만원? 내 지갑은 이미 '겨울왕국'입니다

 주요 원재료인 메밀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냉면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한때 서민들의 여름 별미였던 냉면이 이제는 '고급 음식'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지역 냉면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1만2269원에 달한다. 이는 5년 전인 2020년 6월(9000원)과 비교했을 때 무려 36.3%나 폭등한 수치다. 냉면 가격은 2020년 이후 매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며 2021년 9500원, 2022년 1만269원, 2023년 1만154원, 지난해 1만1923원을 기록하는 등 멈출 줄 모르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냉면값 인상의 배경에는 원재료 가격보다는 임대료, 인건비, 공공요금 등 부대비용 증가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농산물유통 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상순 기준 메밀 상품 1㎏의 평균 가격은 326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하락했으며 평년과 비교하면 무려 20%나 낮은 수준이다. 주재료인 메밀 가격은 오히려 안정화되거나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인건비와 임대료, 물류비, 전기·가스요금 등 전반적인 운영비 부담이 커지면서 냉면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명 냉면 전문점들도 예외는 아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등재된 인기 냉면 식당 '필동면옥'은 올해 냉면값을 1만4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평양냉면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을밀대' 역시 물냉면 가격을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올리며 '1만5천원 시대'를 넘어섰다. 이처럼 연일 치솟는 가격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냉면 한 그릇에 2만원이 되는 날도 머지않았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외식 냉면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편리한 냉면 간편식(HMR)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냉면·막국수 등 '여름면' 판매량이 전년 대비 6.3% 증가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올해 역시 외식 물가 부담이 지속되면서 간편식 냉면 시장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외식 물가가 치솟는 '가격 역설' 현상이 냉면 시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끼 식사의 가격 문제를 넘어, 전반적인 외식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를 야기하는 중요한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