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자행되는 '침실 감시'... 가부장적 민족주의가 일삼는 사생활 침해

문제는 경찰이 사전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가택을 침입했고, 해당 규정에는 개인이 사적으로 가정에서 음란물을 시청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내용이 없었다는 점이다. 부부는 벌금 1천위안을 내고 풀려났지만, 이미 마을의 조롱거리가 되었고 지역 언론에 보도되면서 전국적 화제 인물이 되었다.
사건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공권력 남용에 관한 사회적 논쟁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여론의 비난을 받은 경찰은 두 달 후 남편을 '공무집행 방해죄'로 구류하는 보복 행위를 저질렀다. 결국 4개월간의 법적 공방 끝에 사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과 함께 경찰서의 공식 사과 및 배상으로 일단락됐지만, 부부는 이미 심신이 피폐해져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없었다.
23년이 지난 2025년 7월, 랴오닝성 다롄공업대학은 공식 누리집에 한 여학생의 실명을 공개하며 제적 처분 공고문을 게시했다. 학교 측이 적용한 학칙은 "외국인과의 부적절한 교제로 국격과 학교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중국 내에서 '다롄공대 여학생 국격 훼손 사건'으로 불리며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사건의 배경은 2024년 12월, 우크라이나 출신 e스포츠 선수 다닐로 테슬렌코가 중국을 방문해 다롄공대 여학생과 하룻밤을 보낸 후, 그 여성과 찍은 사적인 영상을 동의 없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것이었다. 테슬렌코는 "중국 여자들은 정말 쉽다"는 발언까지 했고, 이후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했지만 이미 중국 내 여론은 분노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다롄공대가 해당 여학생에게 퇴학 처분을 내리며 실명까지 공개한 것이었다. 학교 측은 문화대혁명 시대를 연상케 하는 시대착오적 학칙을 적용했고, 이는 중국 내외에서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비판의 핵심은 성차별적 이중 잣대였다. 2020년 저장대학의 남학생이 강간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는 실명 공개나 퇴학 처분 없이 "학교에 머무르게 하며 관찰하겠다"는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 2023년 영국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중국인 남성의 경우도 중국 언론은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다.
홍콩 출신 문화평론가 량원다오는 이 사건을 "집단적 불안과 왜곡된 도덕심이 빚어낸 광기"로 해석했다. 그는 "'국격 손상'이라는 구실 아래 애꿎은 여성에게 돌팔매질이 가해지는 광경은 집단적 불안과 도덕적 분노가 결합한 사회적 제전"이라며, 여성의 신체를 국가가 관리하고 통제해야 하는 소유물로 간주하는 가부장적 민족주의 서사가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2002년 '옌안 부부 음란물 사건'이 "국가가 개인의 침실까지 감시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면, 2025년 '다롄공대 여학생 국격 훼손 사건'은 "국가의 자존심과 체면을 구겼다며 여론을 통해 '도덕 판결'을 받은 여성이 사회적 명예살인까지 당해도 되는가"의 문제를 제기했다.
량원다오의 말처럼 "침실이 공공장소가 아니듯이 여성의 몸도 국가의 영토가 아니다." 진정으로 국격을 훼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통제와 감시'의 행태이다. 그러나 다롄공대의 '실명 공고문'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