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에 돌렸다가 '펑'... 당신을 노리는 식품 폭탄

전자레인지에 절대 가열해서는 안 되는 대표적인 식품은 바로 삶은 달걀이다. 일반적으로 냄비에서 달걀을 삶을 때는 바깥쪽부터 안쪽으로 열이 서서히 전달되며 익는다. 그러나 전자레인지는 달걀 내부와 외부에 동시에 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달걀 속 수분이 급격히 기화하면서 내부 압력이 상승하게 되고, 결국 달걀 껍데기가 견디지 못할 정도의 압력이 쌓이면 폭발할 수 있다. 이는 심각한 화상이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달걀은 반드시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먹다 남은 고기류 역시 전자레인지로 재가열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조리된 닭고기를 냉장 보관하면 지방이 산화되면서 화학 구조가 변화하고 맛이 달라진다. 이런 상태에서 전자레인지로 재가열하면 수분이 빠르게 증발해 고기가 건조해지고 맛과 질감이 크게 손상된다. 스테이크와 같은 소고기도 마찬가지로, 전자레인지로 데우면 육질이 질겨지고 원래의 풍미를 잃게 된다.
또한 냉동 고기를 전자레인지로 해동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영국 에버테이던디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전자레인지로 해동한 칠면조 고기는 냉장고에서 천천히 해동한 고기보다 대장균 등 유해 세균이 두 배 이상 많이 검출되었다. 이는 전자레인지가 고기를 균일하게 해동하지 못해 일부 부위가 이미 조리되는 온도에 도달한 반면, 다른 부위는 여전히 냉동 상태로 남아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컵라면을 전자레인지에 조리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빠른 조리나 특정 식감을 위해 컵라면을 전자레인지에 데우지만, 모든 컵라면 용기가 전자레인지 사용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특히 컵라면 뚜껑이나 포장에 사용되는 은박지는 전자파를 반사시켜 스파크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스티로폼 재질의 용기 역시 내열성이 약해 전자레인지 사용 시 녹아내려 유해 성분이 음식에 스며들 수 있다. 따라서 컵라면을 전자레인지에 데울 때는 반드시 용기에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표시가 있는지 확인하거나, 내용물을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그릇에 옮겨 담는 것이 좋다.
배달음식 역시 원래 용기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용기 바닥의 분리배출 표시를 확인하면 해당 플라스틱의 재질을 알 수 있는데, 폴리스틸렌(PS)이나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등으로 만들어진 용기는 전자레인지 사용에 부적합하다.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용기라도 과도한 가열은 피해야 하며, 일반적으로 700W 기준 2~3분, 1000W 기준 2분 30초 내외로 가열하는 것이 권장된다.
마지막으로, 브로콜리, 피망, 녹색 잎채소 등 비타민C가 풍부한 채소들도 전자레인지 사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비타민C는 열에 약해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쉽게 분해되어 영양가가 크게 떨어진다. 이러한 채소들은 가급적 생으로 섭취하거나, 조리가 필요한 경우 짧은 시간 동안 살짝 데치는 방식이 영양소 보존에 더 효과적이다.
전자레인지는 분명 편리한 가전제품이지만, 모든 음식에 무분별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음식의 특성과 용기의 재질을 고려하여 적절히 사용할 때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