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노래 꺼!" 휴양지 발칵 뒤집은 '비키니 난투극'

사건 당시 해변에 울려 퍼진 러시아 음악은 곧바로 피서객들 사이의 격렬한 논쟁으로 번졌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 이후 공공장소에서의 러시아 음악 재생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금지 조치는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국가 정체성을 수호하고, 러시아 문화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다. 하지만 이날 해변에서는 누군가 이 금지된 선율을 틀었고, 이는 곧 억눌렸던 분노와 긴장을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되었다.
공개된 영상은 당시의 아수라장 같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은 서로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모래사장에 쓰러지며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였다. 이를 말리려던 남성들과 다른 여성들까지 합세하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통제 불능의 난장판으로 변했다. 현지 매체 스트라나 역시 "해변에서 러시아 노래가 흘러나오자 휴가객들이 싸움을 벌였다"고 보도하며 사건의 원인을 명확히 했다. 다만, 논란의 러시아 음악을 누가 재생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아 의문을 남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오데사는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끊임없이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시달려온 도시다. 시민들에게 골든비치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이자 희망의 공간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 평화로운 휴식처에서조차 전쟁의 상흔이 이처럼 폭력적인 형태로 표출되었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인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고통과 민감한 사회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음악 재생이 집단 난투극으로 비화된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전쟁의 그림자와 그로 인한 민감한 감정 상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문화적 상징 하나하나가 저항과 굴종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전시 상황에서, 작은 불씨 하나가 언제든 거대한 갈등으로 번질 수 있음을 일깨우는 비극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전쟁은 물리적인 파괴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상처와 분열의 씨앗을 뿌리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