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비만의 충격적 진실..엄마 영향력 父보다 강력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 연구진이 자녀 비만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녀 비만에 끼치는 유전적 영향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이 연구는 2000~2002년 사이에 태어난 자녀를 둔 2630가구의 부모-자녀 3인 가족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부모의 체질량지수(BMI)가 자녀의 비만도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국제학술지 플로스 유전학(PLOS Genetics)에 5일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부모가 자녀에게 직접 물려주는 유전적 영향뿐 아니라, 유전적으로 전달되지 않은 부모의 환경적 특성과 행동에 의한 ‘간접 유전 영향’(genetic nurture)도 분석했다. 그 결과, 아버지의 BMI는 자녀 BMI와 연관이 있으나 이는 대부분 직접 유전자를 통해 전달된 영향으로 설명되었다. 즉, 아버지는 자신의 유전자를 자녀에게 물려줌으로써 비만 위험에 영향을 주지만, 양육 방식이나 환경 등 간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었다.

 

 

 

반면 어머니의 영향은 더 폭넓었다. 어머니는 유전적으로 자녀에게 비만 위험을 물려줄 뿐 아니라, 임신 중의 뱃속 환경, 본인의 생활습관, 건강상태 같은 유전되지 않은 환경적 요인들을 통해서도 자녀의 비만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간접적 효과는 자녀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더욱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를 이끈 UCL 전염병·공중보건학자 리암 라이트 박사는 “이번 연구는 특히 어머니 비만이 자녀에게 더 폭넓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임신 전과 임신 중 건강관리가 자녀 비만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단순히 자신의 건강을 위한 것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건강을 위한 예방책임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부모, 특히 어머니의 체중 관리가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세대를 넘어 자녀의 비만 예방에도 직결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비만을 줄이기 위한 정책과 개입이 개인 차원을 넘어 세대 간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아버지 영향이 주로 유전적 요인에 국한된다는 점은 부모-자녀 BMI 상관관계를 해석할 때 유전적 영향과 환경적 영향을 구분해 신중히 분석해야 함을 의미한다. 만약 아버지의 직접적인 유전 외에 다른 환경적 요인까지 포함해 해석하면, 아버지가 자녀 비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못된 추정이 나올 수 있다.

 

이 연구는 가족의 유전 데이터와 체중, 식습관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비만 원인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어머니의 건강한 체중 관리가 자녀의 미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해 공공 보건 정책의 방향 설정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단순한 개인적 체중 조절이 아닌 가족 전체, 더 나아가 세대를 아우르는 건강 관리와 비만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임신 전후 여성 건강 관리 강화와 더불어 가족 단위의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비만 예방 정책 개발을 촉구하고 있다. 앞으로도 부모의 건강이 자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비만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