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했던 속옷의 화려한 외출..로제도, 장원영도 입었다!

이러한 패션 흐름은 실제 시장 변화로도 이어진다. 이랜드월드의 여성 속옷 브랜드 '에블린'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홈웨어 부문에서 전년 대비 10배라는 경이로운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이러한 성과가 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내추럴 하이틴 컬렉션' 출시 덕분이라고 분석햤다. 이 컬렉션은 속옷과 겉옷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며, 레이스, 프릴, 플라워 모티브 등 섬세한 장식들을 다양한 의류에 적용해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관계자는 "과거 언더웨어 스타일링이 섹시함이나 관능미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편안함과 실용성을 바탕으로 한 접근이 주류를 이룬다"며 변화된 트렌드의 핵심을 짚었다.
'언더웨어링'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동력 중 하나는 바로 하이틴 셀럽들의 영향력이다. 블랙핑크 로제와 아이브 장원영은 각자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레이스 캐미솔 탑이나 '베이비 티셔츠'처럼 속옷의 느낌을 주는 상의를 착용한 모습을 공개하며 팬들에게 새로운 패션 영감을 제공했다. 이들이 선보인 스타일은 속옷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개성 있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세대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해외에서도 '언더웨어링' 트렌드는 이미 확고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브랜드 '브랜디 멜빌(Brandy Melville)'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브랜드는 언뜻 아동복처럼 보일 만큼 작은 사이즈의 상의들을 주로 선보이며 이 트렌드를 주도한다. 특히 브랜디 멜빌의 제품들은 대부분 단일 사이즈로 제작되지만, 부드럽고 신축성 좋은 소재를 사용하여 다양한 체형의 소비자들이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나아가, 켄달 제너와 벨라 하디드 같은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들은 남성용 트렁크 팬티를 오버사이즈 셔츠나 스니커즈와 매치하는 파격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트렁크 팬티를 여성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러한 흐름은 패션계 전반으로 확산되어, 미우미우(Miu Miu)와 로에베(Loewe) 등 명품 브랜드들조차 런웨이에서 복서 쇼츠(Boxer Shorts)를 활용한 스타일링을 연이어 선보이며 '언더웨어링'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
바지를 내려 입어 속옷 밴드를 노출하는 '새깅(Sagging)' 패션의 재등장 역시 '언더웨어링' 트렌드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한 그룹 '올데이프로젝트' 소속 타잔은 바지와 팬티를 4겹으로 겹쳐 입는 파격적인 '새깅' 스타일을 선보이며 많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새깅'은 과거 미국 흑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되어 1990년대와 2000년대 힙합 패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나, 당시 일부 주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착용을 금지할 정도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금 패션 트렌드로 부상하며 젊은 세대의 자유로운 자기표현 욕구를 대변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속옷이 더 이상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스타일링의 한 요소'로 인식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편안함을 추구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과감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MZ세대의 소비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언더웨어링' 트렌드는 단순히 옷을 입는 방식을 넘어, 패션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젊은 세대의 도전과 실험 정신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