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1000만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 지하철 와이파이 대란

먼저 알아둘 점은 알뜰폰 가입자도 지하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뜰폰이 망을 빌려 쓰는 이통3사의 와이파이에 접속하면 된다. 그런데 왜 접속 장애가 발생하는 걸까?
핵심은 '와이파이 맥 주소'에 있다. 맥 주소는 무선통신기기에 부여된 12자리 고유번호로,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주소가 있어야 스마트폰으로 무선통신이 가능하다. 지하철 와이파이 접속 장애는 알뜰폰 전산망에서 사용자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맥 주소가 누락되어 발생한다.
이는 알뜰폰이 이통3사의 통신망을 대여해 서비스를 운영하는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한다. '남의 통신망'을 빌려 쓰는 입장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 정보를 빠르게 갱신하기 어렵다. 반면 이통3사 요금제 사용자는 이런 장애를 거의 겪지 않는다. 이통3사가 와이파이망 운영 주체이므로 와이파이 맥 주소를 쉽게 갱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도 사용자의 유심 정보나 기기 일련번호 등을 자동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지만, 이 시스템에선 와이파이 맥 주소를 관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별도 시스템을 개발하려면 추가 개발비와 관리비가 들어 마진을 낮춰 초저가 전략을 펼치는 알뜰폰 사업자에게는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알뜰폰 업체들이 이런 결함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국내 알뜰폰 10개 업체 홈페이지의 가입 시 유의사항에서 '지하철 와이파이 접속 장애 가능성'에 대한 안내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알뜰폰 상담원은 "접속 장애 문제로 고객센터에 연락하는 소비자에게만 안내하고 있다"며 "사전에 유의사항을 안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문제의 영향을 받는 소비자는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사이버보안 기업 '노드VPN'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79.0%가 이동 중 공공 와이파이를 사용한다. 또한 알뜰폰 가입자는 2023년 12월 872만 명에서 2024년 5월 999만 명으로 1년 5개월 새 129만 명 증가했다. '알뜰폰 가입자 10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어 이러한 접속 장애를 경험하는 소비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런 기술적 결함을 '알뜰폰은 원래 지하철 와이파이가 안 되나 보다'라고 오해할 가능성이다. 특히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전환한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 때문에 서비스가 제한된다고 여길 수 있다.
이런 '싼 게 비지떡' 인식은 알뜰폰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알뜰폰 업체들은 통화 품질이나 데이터 전송 속도 등이 이통3사와 동일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하철 와이파이 문제는 이러한 마케팅 전략과 충돌한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는 "'품질 차이가 없다'는 말을 믿고 알뜰폰으로 갈아탄 소비자가 이런 문제를 겪으면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알뜰폰의 인기가 높아지고 5G 저렴한 요금제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러한 단점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지하철 와이파이 접속 장애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으며, 알뜰폰 업체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