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다'던 인문학, AI 시대에 '신의 한 수' 됐다

미국 새너제이주립대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취업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AI 기술 발전이 취업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경고했다. 특히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으로의 취업이 용이했던 컴퓨터공학 등 이공계 출신의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뉴욕연방준비은행 통계는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5월 기준 22~27세 미국 대졸자 평균 실업률은 4.8%인데, 고정관념과 달리 컴퓨터공학(7.5%), 물리학(7.8%) 등 이공계 전공 실업률이 미술사(3.0%), 철학(3.2%) 등 인문사회계열보다 높게 나타났다. 2023년 이후 이공계 실업률은 5.71%로 전체 평균을 넘어섰지만, 비이공계는 2.93%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UC버클리 컴퓨터과학과 교수조차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의 취업난을 토로하며, UC버클리 컴퓨터과학과 실업률(4.3%)이 철학 등 인문계열(3%)보다 높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은 AI 확산과 R&D 자금 축소로 지목된다. AI가 코딩, 연구 분석, 설계 등 이공계 업무를 대체하면서 주니어 엔지니어, 연구원 등 엔트리 레벨 채용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빅테크 기업들이 효율성을 추구하며 신입 채용 비중을 대폭 줄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인문학 전공은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AI가 기술적 숙련도를 자동화하면서, 문제 정의, 기획, 윤리적 판단, 이해관계 조율 등 인간 고유의 역량이 중요해진 것이다.
블랙록 COO는 "역사, 영문학 등 금융·기술과 무관한 전공자들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으며, AI 스타트업 창업자 중에서도 영문학, 예술, 철학 등 비이공계 출신이 늘고 있는 추세다. AI 시대는 기술 역량만큼이나 인간적 통찰력이 중시되는 새로운 취업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