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캔디로 위장한 카페인 폭탄... 수험생 자녀를 노리는 '집중력 강화' 함정

 청소년의 고카페인 음료 섭취가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건강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카페인 음료는 100mL당 카페인 15㎎ 이상을 함유한 음료로, 커피, 커피음료, 에너지 음료가 대표적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전국 중1~고3 학생 5만46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23.5%가 주 3회 이상 고카페인 음료를 마신다고 응답했다. 이는 2015년 3.3%에서 10년 만에 20.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2022년 이전에는 에너지 음료 섭취 실태만 조사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이러한 현상의 주된 이유는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학업이나 시험 준비로 '각성 효과'를 기대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들 중에는 졸음을 쫓고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카페인 음료를 습관적으로 섭취하는 사례가 많다.

 

문제는 청소년의 카페인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청소년이 하루 권장량(150㎎, 60㎏ 기준)보다 많은 카페인을 섭취하면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 두통 등 부작용이 성인보다 훨씬 쉽고 강하게 나타난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카페인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집중력과 주의력, 피로감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서도 "고카페인 음료를 과다 섭취하면 심장에 부담을 주고, 소화불량이나 위산 분비 증가, 두통, 불안, 신경과민 등의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에게는 이런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카페인을 과다 섭취할 경우 칼슘 흡수가 방해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과도한 카페인은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를 초래해 성장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8년부터 학교 내 매점과 자판기 등에서 커피를 포함한 '고카페인 함유 식품'의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2021년에는 편의점 고카페인 음료 진열대에 카페인 섭취 주의문구를 표시하고, 과다 섭취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알리는 시범사업을 시작해 2023년부터 전국 1180개 편의점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 규제의 범위가 '학교 안'에 국한돼 있어 교문 밖으로 조금만 나가면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소년들이 카페인을 섭취하는 주요 경로는 학원가 인근의 저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편의점 등 학교 밖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음료의 카페인 함량이다. 한 저가 커피 브랜드의 대용량 제품(946mL)에는 카페인이 347.1㎎이나 들어 있어 한 잔만 마셔도 청소년 하루 권장 섭취량 150㎎을 훌쩍 넘어간다.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커피우유 한 팩(500mL)에도 240㎎의 카페인이 들어 있는 제품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과라나'라는 열대과일을 함유한 다양한 카페인 가공식품도 시장에 등장했다. 과라나를 넣은 고카페인 젤리, 캔디, 추잉껌 등은 '수험생 젤리', '집중력 강화', '스터디 젤리'란 수식어가 붙은 채 판매되고 있어 청소년을 위협하는 카페인 섭취 경로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청소년 스스로 '고카페인 섭취가 위험하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재헌 교수는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잠을 쫓고 공부를 많이 하기 위해 카페인 제품을 찾는 청소년들이 많은데, 그렇다고 무조건 놔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청소년들이 스스로 카페인의 건강 유해성을 인지하고, 권장량 이하로 섭취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