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해 경제성장률 0.8% 전망..‘돈 풀어도 성장 제자리"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0.8%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 5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수치를 유지한 것으로, 새 정부 출범 이후 경기 부양 기대감과 소비 회복에도 불구하고 건설업 부진에 발목이 잡혀 성장률을 끌어올리지 못한 결과다. 특히 미국이 최근 언급한 반도체 100% 품목 관세 인상은 이번 전망에 반영되지 않아, 만약 관세가 본격 시행되거나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 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KDI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0.8%로 전망하면서도, 국내 주요 증권사 및 해외 투자은행들의 성장률 전망치 1.0% 이상과는 온도 차를 보였다. 건설투자가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다. 상반기 건설투자는 기존 예상보다 더 부진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지연으로 인해 건설투자 회복이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은 –8.1%로, 기존 예상치보다 3.9%포인트 더 하락했다. 대출 규제 강화와 정부가 강조하는 건설현장 안전사고 예방 조치 또한 건설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안전사고 발생 시 공사 중단이 잦아 건설투자 전망을 크게 낮췄다”고 설명했다.

 

수출 증가율은 작년 6.8%에서 올해 2.1%로 크게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하반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무차별적인 고율 관세 정책으로 1930년대 대공황 시기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KDI는 이번 전망에 미국 반도체 관세 인상은 반영하지 않았다. 상호 관세율 변동이 있긴 하지만, 자동차 관세율 인하와 ICT 품목 무관세 유지 등으로 큰 틀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봤다. 한편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관세 영향 회피를 위한 선제적 수출이 늘어난 점은 수출 증가율 상향 요인으로 반영했다.

 

 

 

설비투자는 금리 하락세와 반도체 호황 덕분에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 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민간소비는 소비쿠폰 등 소비 부양책과 낮은 금리 영향으로 올해 1.3%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두 차례 추경 효과를 반영한 수치로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예상됐으며, 유류세와 공공요금 인상이라는 상방 요인에도 소비부양책 효과로 수요 압력이 제한돼 작년보다 낮은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경상수지는 반도체 경기 호조와 교역조건 개선 덕분에 올해 1,060억 달러, 내년 910억 달러 규모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5만 명으로 전망하며, 이는 정부 일자리 정책과 민간 소비 회복 등을 반영해 상반기 전망보다 6만 명 상향 조정된 수치다.

 

내년 경제 성장률은 1.6%로 전망했으며, 이는 상반기 전망과 동일하다. 수출 증가율 둔화에도 불구하고 건설투자와 민간소비가 반등하며 성장률을 뒷받침할 것으로 봤다. 건설투자는 건설수주 회복을 반영해 2.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민간소비도 올해보다 증가폭이 확대돼 1.5%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KDI는 미국과 주요국 간 통상 갈등 심화 시 글로벌 경기 둔화로 성장률 전망치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품목 관세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이번 전망에 반영되지 않았으나, 대만·아세안 등에서 중간재로 활용되는 우리 반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동산 PF 시장 정상화 지연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건설업체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돼 건설투자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하 필요성과 관련해 정규철 실장은 “재정정책으로 민간 소비 증가율 전망이 상향된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의 시급성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재정·통화 정책의 성장률 제고 효과에 대해서도 “2차 추경으로 하반기 국내총생산(GDP)이 0.2%포인트, 연간으로는 0.1%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를 냈으며, 금리 관련 전망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KDI의 전망은 한국 경제가 국내외 대내외 위험 요소에 직면한 가운데, 성장률이 둔화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특히 건설업 부진과 미국의 관세 정책이 성장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는 가운데, 정부 정책과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전망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주체들은 향후 통상 갈등과 건설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 전략 마련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