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앞에서만 바보 되는 남자들... '모태솔로' 남성의 치명적 연애 실수

 넷플릭스 예능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를 보며 대학 시절 만났던 한 선배가 떠올랐다. 단과대학 MT에서 만난 그 선배는 학과 수석에 과대표였고 평소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모습에 호감을 느껴 먼저 다가가 연락처를 교환하고 자연스레 썸을 타게 되었다.

 

그러나 썸이 시작된 이후 선배의 태도는 급격히 변했다. 길을 걸을 때는 주변만 살피느라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고, 카페에서는 "헐", "아, 진짜?", "그랬구나"만 반복했다. 결국 서서히 연락이 끊겼고, 2주 후 선배로부터 "미안, 나 사실 모태솔로야"라는 장문의 메시지를 받았다.

 

그제서야 선배의 이상한 행동이 이해됐다. 그에게 나는 '점수를 받아내야 할 시험'과 같았던 것이다. 인터넷과 친구들에게서 배운 대로 여자를 안쪽에서 걷게 하고, 다른 남자의 시선을 경계했으며, 여자의 말에는 무조건 공감만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의미 없는 리액션만 반복했던 것이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의 남성 출연자들에게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 특히 재윤은 호감을 가진 여명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때 "내 호감은 5인데, 100만큼 과장한 느낌"이라고 말해 오히려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여명은 "뭔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재윤의 이런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태도가 호감 있는 여성 앞에서만 드러난다는 것이다. 다른 남성 출연자와 있을 때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조언을 하고 말도 많아진다. 카더가든이 "노재윤 씨 말이 왜 이렇게 많아요"라고 놀릴 정도였으니, 상대에 따라 태도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의 기이한 규범에서 비롯된다.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는 통념 속에서 남성들은 여성을 '함께 지낼 사람'이 아닌 '연애 후보'로 보기 쉽다. 그러다 보니 대화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매력을 증명하고 호감을 얻어내야 하는 '시험장'이 된다.

 

온라인에 넘쳐나는 '썸녀 리드하는 법' 같은 연애 공략은 이런 사고방식을 더욱 강화한다. 하지만 현실의 관계는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틀에 갇히면 대화는 긴장과 자기검열로 가득 차고, 결국 관계는 실패로 끝나기 쉽다.

 

해결의 시작은 상대를 '연애 대상'이 아닌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데 있다. 배려가 수행으로 변질되는 지점에는 '정답 있는 연애'라는 학습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정답지를 내려놓는 연습이다.

 

"모솔이라서"가 문제가 아니다. 누구든 처음은 있고, 누구나 서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대본을 버리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매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상대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