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그림? 소용없다! 흡연자들, 혐오 이미지에도 '무감각'해졌다

 정부의 담뱃세 인상 정책이 단 4개월 동안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개인의 행태 변화 유도를 위한 현금지원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 직후에는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하지만 4개월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지고 판매량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의 시계열 분석 결과, 담배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0.42에서 -0.44 수준으로 추정됐다. 이는 담뱃값을 10% 인상하더라도 실제 담배 판매량은 4.2%에서 4.4% 정도만 감소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수치는 담배의 강한 중독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가격이 올라도 소비자들이 크게 반응하지 않는 특성을 보여준다.

 

또한 주목할 만한 점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등장이나 담뱃갑 경고 그림과 같은 비가격 요인들이 전체 담배 판매량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흡연자들은 전자담배를 기존 담배의 대체재로 인식하거나, 경고 그림에 점차 둔감해져 더 이상 충격을 받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현재 시행 중인 다양한 금연 정책들이 장기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단발성 가격 인상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가장 핵심적인 제안은 담뱃세를 소비자물가와 연동해 매년 자동으로 인상하는 '물가연동제'의 도입이다. 이 방안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담배의 실질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고, 흡연자들에게 지속적인 금연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번에 왕창' 올리는 현행 방식 대신 '매년 꾸준히 조금씩' 인상하는 방식은 흡연자들이 가격 변화에 둔감해지는 현상을 막고, 장기적 관점에서 흡연율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급격한 가격 인상으로 인한 시장 충격과 물가 상승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단순히 가격 정책만으로는 금연 유도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가격 정책 외에도 '노담(No담배) 캠페인'과 같이 사회적 규범을 활용해 흡연에 대한 내재적 동기를 줄이는 방안이나, 담배의 니코틴 함량을 점진적으로 감소시켜 중독성을 낮추는 등 다양한 정책 조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현재 시행 중인 금연 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담배의 중독성과 소비자 행동 패턴을 고려한 장기적 관점의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결국 담뱃세 인상이 금연 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회성 충격요법보다 물가연동제와 같은 꾸준한 가격 조정 메커니즘과 함께, 사회적 인식 개선, 니코틴 함량 조절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