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경쟁 속 숨은 승부수…한화, 폰세 휴식 결정

 한화 이글스가 선두권 싸움이 치열한 막판 레이스 속에서도 팀 선발진 ‘관리’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장기 레이스 대비에 나섰다. 김경문 감독은 1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 선발투수로 팀의 외국인 에이스 코디 폰세(31)를 내세우지 않고 좌완 영건 황준서(20)를 마운드에 올렸다. 폰세는 지난 12일 대전 롯데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쳐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대로라면 4일 휴식 후 이날 등판이 가능했지만, 김 감독은 하루 더 휴식을 부여해 18일 경기에 등판시키기로 했다.

 

폰세는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17일까지 23경기에 등판, 145⅔이닝을 던지며 15승 무패, 평균자책점 1.61, 탈삼진 202개를 기록 중이다. 올 시즌 유일한 15승 무패 투수이자 최소 경기 200탈삼진 신기록, 한화 구단 최다 연승 신기록까지 세우며 리그 전체 에이스로 떠올랐다. 한화가 1위 LG 트윈스, 2위 NC와 치열한 선두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폰세 카드는 언제든 필승 카드로 통한다.

 

그러나 김 감독은 “지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즌 끝까지 폰세가 건강하게 던지는 것”이라며 무리한 로테이션 가동 대신 체력 안배를 선택했다. 사실 폰세가 한 시즌 140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마이너리그와 일본프로야구(NPB) 시절을 통틀어 가장 많은 이닝은 2017년 마이너리그에서 기록한 137⅔이닝이었다. 이미 그 기록을 넘어선 만큼, 한화 코칭스태프는 폰세에게 휴식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는 최근 들어 폰세의 등판간격을 조금씩 조절하고 있다. 예컨대 그는 지난달 30일 삼성전 이후 정상적으로 주중 5일 휴식만 거치고 등판할 수 있었지만, 팀은 5일 KT전 선발로 폰세 대신 문동주를 예고하며 로테이션을 뒤로 밀었다. 폰세는 이후 6일에 등판하며 결과적으로 주 2회 등판 부담을 피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코디는 팀 에이스다. 시즌 끝날 때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선발진 전반의 건강 체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날 경기에서 타구에 팔을 맞고 조기 강판했던 문동주 역시 17일 오전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 구단은 “뼈에는 이상이 없었고 특이 소견도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부위가 부어 있어 이틀 더 상태를 지켜본 뒤 등판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동주는 올 시즌 20경기에서 112⅓이닝을 소화하며 8승8패 평균자책점 3.37을 기록 중으로, 한화의 또 다른 미래 에이스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한화는 선두경쟁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무리한 몰아치기’보다는 철저한 로테이션 관리로 장기전 대비를 택했다. 이는 김경문 감독의 “선수는 장기적인 자산”이라는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당장의 1승을 위해 에이스를 혹사시키기보단, 남은 정규시즌은 물론 가을야구까지 바라보며 팀 전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한화가 이같이 투수진 관리를 지속한다면 시즌 막판 변수로 꼽히는 ‘투수 체력 고갈’을 피하고 포스트시즌에서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할 가능성도 커진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시즌 끝까지 스스로의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화의 신중한 선택이 과연 ‘가을의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