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부정선거' 주장 양궁 국대, "멸공은 극우 아냐" 궤변…국가대표 품위 '와르르'

 리커브 양궁 남자 국가대표인 장채환(33·사상구청) 선수가 지난 6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는 취지의 극우 성향 게시글을 잇달아 올리면서 스포츠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논란이 커지자 그가 내놓은 해명과 사과문마저 진정성 논란에 휩싸이며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장채환 선수는 올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2025년 리커브 양궁 남자 국가대표로 발탁된 현역 선수다. 그러나 그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시 사전투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게시글들을 자신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러 차례 게시하며 '극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제의 게시글들은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음모론을 제기하며, 심지어 노골적인 반공주의적 표현까지 담고 있어 충격을 안겼다. 예를 들어,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확정 소식을 알리는 사진과 함께 "중국=사전투표 조작=전라도=선관위 대환장 콜라보 결과 우리 북한 어서오고~ 우리 중국은 쎄쎄 주한미군 가지마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선거 조작설과 함께 특정 지역인 전라도를 부정선거의 주체로 연결 짓는 지역 비하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우리 북한 어서오고'와 같은 표현으로 현 정부에 대한 극단적인 비난과 조롱을 담았다.

 

또한, 투표소 안내물을 배경으로 손등에 기표 도장을 두 차례 찍은 사진을 게재하면서는 "투표는 본투표 노주작, 비정상을 정상으로, 공산세력을 막자 멸공"이라고 적었다. 이는 선거의 공정성을 부정하고, 특정 정치 세력을 '공산 세력'으로 규정하며 '멸공'이라는 극단적인 단어를 사용해 이념적 대결 구도를 부추기는 내용이었다. 국가대표라는 공적 지위에 있는 선수가 특정 정치적 견해를 넘어선 극단적이고 분열적인 주장을 펼쳤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장채환 선수는 지난 17일 개인 SNS '스레드'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나 때문에 대한양궁협회, 국가대표팀, 소속팀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게 너무 죄송스럽고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사과문의 내용은 오히려 대중의 공분을 샀다.

 

그는 자신의 극우적 성향에 대해 "나는 본디 고향이 전남이라 중도좌파 성향을 갖고 있었다"고 운을 떼며, "윤석열 대통령께서 12·3 계엄령을 내리셨을 때 왜 지금 계엄령을 이 시대에 내리셨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어떤 일이 있었나 찾아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인 결론은 자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선 중도좌파보단 보수우파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옳다고 판단, 개인 SNS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주변 지인들에게나마 현 상황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부정 선거 정황과 보수적인 내용을 게시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해명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 변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특정 정치적 사건(12·3 계엄령)을 언급하며 논란의 불씨를 되살렸고, '부정선거 정황'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여전히 기존 주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더욱이 그는 "멸공이라는 단어는 극우가 쓰는 단어가 아닌 군필자들은 다 아는 피아식별띠에 적혀있다. 'CCP OUT'이라는 단어는 '중국 공산당 아웃'이라는 뜻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중국 공산당 세력이 물러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게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논란이 된 표현들이 극우적이지 않다는 궤변으로 들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진정한 반성보다는 정당화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나는 1군 국가대표가 아닌 2군이라 공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발언은 국가대표라는 지위가 가지는 무게와 책임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대중의 실망감을 키웠다. 마지막으로 "전라도를 비하하는 게 아니라 내 고향으로서 선거철만 되면 욕을 먹는 게 싫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게시한 거였고 악의는 없었다. 나 때문에 화가 나신 분들이 있다면 죄송하다"고 덧붙였으나, 이미 지역 비하적 표현을 사용한 사실은 변함이 없기에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장채환 선수의 이번 행동은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 제15조(성실의무 및 품위유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규정에는 '국가대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해 훈련과 대회에 임하고 국가대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삼가고 국민에게 자랑스러운 국가대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가대표는 단순히 스포츠 실력을 넘어 국민적 정서와 가치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존재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사회적 통합을 해치는 행위를 삼가야 할 의무가 있다. 장 선수의 발언은 이러한 품위유지 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장채환 선수는 현재 문제의 게시물을 모두 삭제하고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그는 지난 3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올해 국가대표로 뽑혔지만, 국가대표 간 경쟁으로 치러진 최종 평가전에서는 4위 안에 들지 못해 광주 세계선수권대회나 월드컵 등 주요 국제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한양궁협회는 이번 논란에 대해 지난 16일 "선수와 (관련 내용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히며,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SNS 사용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음을 전했다. 그러나 협회 차원의 공식적인 징계 여부나 수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국가대표라는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대한 책임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협회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스포츠 선수들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감과 SNS 활용의 적절한 경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으며,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스포츠 단체들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를 남길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