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파고드는 '나사벌레' 미국 상륙…인체 감염 첫 확인에 긴장 확산

 동물의 살을 파먹는 것으로 알려진 '신세계 나사벌레(New World Screwworm, NWS)'의 인체 감염 사례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과테말라에서 미국으로 입국한 한 환자가 메릴랜드에서 NWS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학명이 'Cochliomyia hominivorax'인 NWS는 파리목 곤충의 유충으로, 성체가 가축, 야생동물, 심지어 사람 등 온혈동물의 피부에 알을 낳는다. 여기서 부화한 수백 마리의 구더기는 날카로운 입으로 숙주의 피부를 파고들어 살을 파먹으며 성장한다. 마치 목재에 나사를 박는 것과 유사하다고 하여 '나사벌레'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제때 치료되지 않을 경우 감염된 숙주의 사망까지 유발할 수 있어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된다.

 

NWS 감염증은 재작년부터 중앙아메리카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서서히 북상, 지난해 말에는 멕시코에서도 발생하며 확산 조짐을 보여왔다. 이번 미국 내 인체 감염 사례는 이러한 북상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베스 톰슨 사우스다코타주 수의사 총장과 소고기 산업 단체 '비프 얼라이언스'가 이달 20일 축산업계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알려졌다. 이메일에는 미국 내 첫 NWS 인체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로이터통신은 이 정보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도 보고되었다고 전했으나, CDC나 메릴랜드주 보건부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톰슨 총장은 "CDC가 정보를 제공하려 하지 않아 다른 경로로 알게 된 후 직접 문의해야 했다"며 당국의 정보 공유 부족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한편, 미국 농무부는 NWS 확산 방지를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15일 브룩 롤린스 미국 농무장관은 NWS 퇴치를 위해 7억5천만 달러(약 1조400억 원)를 투입해 생식능력이 없는 불임 나사벌레를 생산하는 공장을 텍사스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20세기에도 불임 성충을 대량 방생하는 방식으로 NWS를 성공적으로 박멸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같은 전략을 통해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다. 소 사육 두수가 가장 많은 텍사스주는 수십 년 만에 재출현할 수 있는 NWS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이번 인체 감염 사례로 인해 방역 당국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