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들의 충격적인 피해자 코스프레 실태 폭로

릴리 출리아라키의 「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는 이처럼 모두가 자신을 '진정한 피해자'로 내세우는 사회 현상을 분석한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피해자의 지위가 특권이자 '무기'가 됐다"고 지적하며, '피해자성(victimhood)'의 역사와 그것이 어떻게 '무기화'되는지 파헤친다.
책은 먼저 인류 역사상 최대 고난인 전쟁을 통해 '피해자성'을 살핀다. 미국 독립전쟁, 1·2차 세계대전, 냉전 시기 베트남전쟁,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돌아보며 '누가 피해자로 인정받았는가'를 분석한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피해자성'에 대해 저자는 "정당성만으로는 부당한 고난을 겪는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고난이 그 원인이나 맥락과 무관하게 떠돌다 임의의 사용자에게 도달하고, 사용자들은 맥락을 살피기보다 자신이 이입하고 싶은 부분에만 공감을 표하며 이를 확산시킨다.
역설적으로 고난은 널리 퍼질수록 그 원인과는 멀어지며, 소셜미디어는 고통이나 공감을 호소하는 주장이 맥락과 분리된 채 확산하는 '피해자들의 시장'으로 전락했다. 이 시장에서는 진짜 피해자와 억울함을 주장하는 가해 용의자가 똑같이 자신의 고난에 공감을 요청하고, 알고리즘은 정당성보다 '더 인기 있는 주장'을 증폭시킨다.

이는 사회적 취약자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들은 고통을 주장하고 싶어도 공적 발언권, 인정, 신뢰를 얻을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공적 담론의 장에서는 이미 권력을 쥔 자들의 목소리가 특권을 지니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누르고 선택적으로 증폭되기 때문에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된다"고 주장한다.
책은 폭력의 구조를 감추고 피해자 지위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피해자성을 주장하는 것을 '전략적 피해자성'이라 정의하고, 이를 분석할 도구로 '피해자성 탐문법'을 제시한다. 이 방법은 "전략적 피해자성을 구별하고 피해자성의 무기화를 막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범람하는 피해의 목소리 중 취약한 이들의 외침을 발견하고 가해자의 거짓을 가려낼 때, 정치적 무기로 오염된 피해자성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역사적 분석을 통해 '누가 피해자로 인정받았나'를 살펴보고, 현재의 '피해자성 전쟁' 속에서 진정한 취약계층에게 피해자의 지위를 되찾아줄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