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OECD 평균의 5배, 급여는 형편없이 낮아...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이유

 면허를 보유한 간호사 10명 중 4명은 의료 현장을 떠나 '경력단절'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높은 이탈률은 단순한 인력 확충보다 근본적인 처우 개선과 근무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고용노동부의 지역별 고용 조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를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간호사 면허 소지자 52만7000여명 중 실제로 의료기관이나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32만3000명(61.3%)에 불과했다. 이는 38.7%에 해당하는 20만4000명의 간호사가 현장을 떠난 상태임을 의미한다.

 

2019년과 비교했을 때, 면허 소지자는 41만5000명에서 52만7000명으로 11만2000명 증가했지만, 실제 활동하는 간호사는 25만6000명에서 32만3000명으로 6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비활동 간호사는 15만9000명에서 20만4000명으로 4만5000명 늘어났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비율이 전체 면허 간호사의 51.0%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활동률(68.2%)을 크게 밑돈다는 사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사직률이 57.4%에 달한다는 점으로, 이는 절반 이상의 신규 간호사가 1년 안에 현장을 떠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간호사 이탈의 주된 원인으로 과중한 업무, 열악한 근무 환경, 낮은 보상 체계, 그리고 경력 단절 후 복귀의 어려움 등을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는 OECD 평균보다 2~5배 많아 업무 강도가 극심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간호계는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간호인력지원센터를 통한 재교육 프로그램 확대, 야간 근무 수당 인상, 교육전담간호사제 도입, 인권침해 예방 매뉴얼 마련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단순히 신규 인력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숙련된 간호사들이 다시 현장에 돌아와 장기간 근속할 수 있도록 맞춤형 재교육 및 실습 제공, 시간제·탄력 근무제 도입, 장기 근속 인센티브 확대 등의 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유휴 간호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간호사 인력난 해소와 국민에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숙련된 간호사들이 부담 없이 현장에 복귀하고 장기 근속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간호사 인력 문제는 단순히 간호계만의 문제가 아닌 국민 의료 서비스의 질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간호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하며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의료 시스템 전반의 개선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