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거 있으세요?" Z세대는 말 대신 '눈빛'으로 답한다

 매장에서 흔히 듣는 점원의 질문에 요즘 Z세대(1997~2010년 초반생)는 말 대신 '응시'로 반응하는 독특한 소통 방식을 보인다. 몇 초간 상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 시선을 돌리거나 행동으로 이어가는 이른바 '젠지스테어(Gen Z Stare)' 현상이 한국과 해외에서 동시에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댄서 가비가 방송인 유병재의 유튜브 채널에서 '젠지스테어'를 직접 재연하며 이 현상이 대중에게 알려졌다. 가비는 "화장품 매장 직원이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라고 물으면 우리는 '저 이거 좀 보려고요~'라고 답하지만, 요즘 젠지들은 그저 쳐다본다"고 설명하며 무표정으로 3초간 응시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 Z세대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그냥 왔다"는 식의 무언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유병재는 이를 두고 "요즘 애들은 주눅도 잘 안 든다. 모두가 연예인 같다"고 덧붙였다.

 

'젠지스테어'는 '젠지 무표정', '젠지 멍때리기' 등으로 불리며, 질문이나 대화에 즉각 반응하지 않고 공허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Z세대 특유의 태도를 의미한다. 특히 서비스직이나 낯선 사람과의 소통 상황에서 말을 아끼거나 표현을 최소화하는 Z세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된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관찰을 넘어 밈(Meme)으로 소비되며 전 세계로 확산했다. 틱톡을 중심으로 "젠지스테어를 당했다"는 경험담과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며 수백만 회의 조회수와 수십만 개의 '좋아요'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영상 속에서는 손님의 질문에 점원이 몇 초간 응시한 뒤 답하거나, 여러 차례 바라본 뒤에야 반응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젠지스테어' 현상은 세대 간 전혀 다른 해석을 낳고 있다. 밀레니얼과 X세대는 무표정하게 응시하는 이 행동을 "예의 없는 태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대답 대신 몇 초간 쳐다보기만 했다", "아이들에게 설명해도 대답이 없고 두세 번 반복해야 겨우 반응한다", "사회성 부족", "하대하는 듯 무례하다"는 불만이 잇따른다.

 


반면 Z세대는 이를 "불필요한 친절이나 과잉 반응을 줄이고 시선과 침묵으로 최소한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단순히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절약하고 과잉 반응을 피하는 전략적 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면 소통에 서툴고 반응 속도가 느려 잠시 생각하는 동안 멈추는 것일 뿐, 무례하다고만 볼 수 없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젠지스테어'를 단순히 무례하거나 병적인 문제로 규정하기보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경험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기기와 SNS를 통한 소통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혼자 살아가는 데 적응하고 갈등을 회피하는 방식이 일상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Z세대가 상대방이 불편해할 표현이나 반응을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는 태도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공통의 해결책을 찾고 갈등을 조율하는 능력이 약해졌다고 분석한다.

 

결국 '젠지스테어'는 변화된 사회 환경 속에서 나타난 Z세대만의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이를 비난하기보다는 세대의 특징으로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