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MZ 홀린 '라부부' 열풍의 실체

15년이 지난 지금, 왕닝은 30조 원의 재산을 보유한 중국 10대 부호로 성장했다. 그의 회사 팝마트는 '라부부' 인형으로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며 2023년 상반기 매출 2조7000억 원, 영업이익 1조800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04%, 437%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약 76조8400억 원에 달한다.
최근 "휴대전화에 걸 수 있는 라부부 미니 버전이 출시된다"는 왕닝의 발표에 팝마트 주가는 11% 상승해 상장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1년 전 주가에 비해 590% 이상 폭등한 것이다.
라부부는 긴 귀와 삐쭉 튀어나온 이빨, 북슬북슬한 털을 가진 작은 괴물 캐릭터로, 홍콩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카싱 룽이 북유럽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팝마트는 2019년 룽 작가와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300종이 넘는 다양한 시리즈를 출시했다.
중국에서 라부부가 성공한 배경에는 '소황제 현상'과 '애국주의 소비'가 있다. 1가구-1자녀 정책으로 자녀에게 고급 완구를 사주려는 중국 부모들의 소비 성향과, G2 중국을 경험한 젊은 층의 자국 브랜드 선호 경향이 맞물린 결과다.

라부부의 글로벌 인기는 블랙핑크 리사, 데이비드 베컴, 리한나 등 셀럽들의 SNS 인증으로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이에 따라 전 세계 MZ세대는 가방이나 핸드백을 장식하는 '백꾸'에 라부부를 활용하고 있다. 소비트렌드 전문가들은 "셀럽에 대한 선망과 기성품에 개성을 더하는 '토핑 경제' 트렌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팝마트의 '블라인드 박스' 판매 전략도 성공 요인이다. 박스를 열기 전까지 어떤 라부부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어 소비자의 기대감과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1.39% 확률로 나오는 '시크릿 버전'과 한정판 라부부는 수백만 원에 재판매되기도 한다.
라부부 열풍에 힘입어 팝마트의 다른 캐릭터 '스컬판다'와 '크라이베이비'도 102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팝마트가 실적 개선 폭이 크고 다양한 IP를 꾸준히 발굴하고 있어 하반기 실적도 가이던스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제조업 국가 이미지가 강한 중국에서 캐릭터 상품으로 대박을 터뜨린 팝마트는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라부부가 제2의 마오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