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먹는 10만원짜리 호텔 요리가 단돈 만원? 특급호텔들의 충격적인 간편식 전쟁

 국내 특급 호텔들이 프리미엄 간편식 시장에 본격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호텔 고유의 최고급 레시피와 브랜드 가치를 앞세워 가정에서도 호텔급 식사를 즐길 수 있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18년 볶음밥 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을 시작으로 삼계탕, 소갈비탕, 육개장 등 다양한 메뉴로 상품군을 확장해왔다. 지난해에는 공식 온라인몰 '조선 테이스트 앤 스타일'을 오픈하여 호텔 브랜드를 내건 다양한 리테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조선호텔의 대표 간편식인 삼계탕은 1만1900원, 육개장은 7900원, 소갈비탕은 1만390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호텔의 검증된 프리미엄 레시피로 만든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가격대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러한 전략은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조선호텔 홈다이닝의 올해 누적 매출(8월 25일 기준)은 전년 대비 56.2%나 성장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고객들이 간편식에서 기대하는 수준을 맞추기 위해 품질과 레시피 모두 프리미엄으로 맞췄다"며 "현재 약 60개 정도의 상품을 판매 중이며, 프리미엄 상품군에 대한 시장이 확실하다는 판단 하에 지속적으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는 한 발 더 나아가 국·탕류를 HMR, 다이닝 메뉴를 프리미엄 레스토랑 간편식(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으로 구분해 운영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명월관의 갈비탕과 곰탕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다이닝 메뉴로는 한우 안심스테이크, 갈비찜, 양념갈비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올해 상반기 워커힐 스토어의 간편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나 증가했다.

 

워커힐 관계자는 "RMR 상품 다양화와 판매 채널 확대를 위한 노력이 실적으로 이어졌다"며 "경기 불확실성으로 외식을 줄이는 소비자가 늘면서 집에서 반찬처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점도 성장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함박스테이크, 탕수육, 만두, 갈비찜 등 가정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도 이 시장에 가세했다. 이번 주 중으로 김치찌개 간편식을 출시할 예정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자사 온라인몰 '이숍(E-Shop)'에서 판매 중인 김치가 발효될수록 맛이 깊어진다는 고객들의 평가를 고려해 김치 상품군 확장의 일환으로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호텔은 소포장, 캔시머 형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메이필드 호텔은 지난 8월 1일 공식 온라인몰을 오픈하고 궁중 국탕류 시리즈 등을 선보이며 간편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파르나스호텔은 더욱 차별화된 전략으로 '버터 치킨 커리' RMR을 지난 8월 5일에 출시했다. 이 제품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인도 현지 출신 셰프가 직접 개발한 레시피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정통성을 강조했다.

 

파르나스호텔 관계자는 "최고급 식재료를 통해 원가를 고려하지 않고 파르나스의 파인다이닝 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출시했다"며 "파르나스만의 프리미엄 식사를 가정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해 고객의 브랜드 로열티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특급 호텔들은 간편식 시장에서 각자의 브랜드 가치와 전문성을 앞세워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고급 음식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증가하면서 호텔 간편식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