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에서 269개 플라스틱이 나왔다" 연구진이 밝힌 '배달의 공포'

연구팀은 24명의 대학 학부생을 대상으로 일주일 동안 식습관과 생활 패턴을 면밀히 조사하고, 이들의 대변 샘플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연구에 참여한 모든 학생의 대변 100g당 171개에서 269개에 이르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 이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플라스틱 노출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보여주는 증거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검출된 미세 플라스틱의 대부분이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섬유형 입자였다는 사실이다. PET는 투명하면서도 강도가 높아 음료수병, 각종 포장재, 그리고 최근 급증한 배달 음식 용기 등에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다. 이 물질이 인체 내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일상적인 식습관이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에서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플라스틱 포장 음식을 하루 세 차례 이상 섭취한 학생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대변 내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배달 음식과 같은 플라스틱 포장 식품의 섭취 빈도가 높을수록 체내 미세 플라스틱 축적 위험이 증가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미세 플라스틱 노출이 장내 미생물 균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장 건강 전반에 부정적인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섭취를 통한 직접 노출뿐 아니라, 대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기숙사나 강의실 같은 실내 환경에서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의 흡입에 따른 이중 노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연구는 몇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24명이라는 비교적 적은 표본 수와 단기간 관찰에 그쳤다는 점에서, 미세 플라스틱 노출과 장 질환 간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인체 대변에서 미세 플라스틱과 장내 미생물 변화 간의 연관성을 확인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배달 음식과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 증가가 청년층 건강에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을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플라스틱 포장 규제 강화와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지난 23일 게재되어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편리함을 위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가 우리 몸속에 축적되고 있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편의성과 건강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