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고통은 '돈'이 아니었다…여자축구 선수 63%가 꼽은 최악의 현실

 한국 축구계의 성비 불균형은 96% 대 4%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드러난다. 2025년 4월 대한축구협회(KFA)에 등록된 전체 전문선수 3만 3천여 명 중 여자 선수는 고작 1,462명, 단 4.4%에 불과하다. 인프라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성인 남자 선수가 뛰는 리그(K1~4) 팀은 50개에 달하지만, 여자 선수들이 속한 WK리그 팀은 8개뿐이다.

 

이처럼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여자축구 유망주들은 국가대표와 프로 입단의 꿈을 안고 축구를 시작한다. 한겨레21이 전현직 여자축구 선수 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절반 이상(57.1%)이 순수하게 '공 차는 것이 좋아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지도자의 권유(38.1%)가 뒤를 이었지만, 축구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 가장 큰 동기였던 셈이다.

 

하지만 꿈을 안고 뛰어든 그라운드의 현실은 냉혹했다. 선수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다름 아닌 '인기 없는 여자축구의 암울한 현실'(62.9%)이었다. 남자축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저변은 언제 팀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직결된다. 실제로 설문 참여자 10명 중 4명(42.5%)은 선수 생활 중 소속팀이 해체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팀 해체의 가장 주된 이유는 '학교 또는 지역사회의 해체 결정'(55.6%)이었으며, 얇은 선수층으로 인한 '선수 수급 부족'(22.2%)도 팀의 존속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경제적 어려움 또한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주요 난관이었다. '낮은 급여 등 경제적 어려움'(37.1%)은 남자 선수에 비해 현저히 적은 임금 문제와 더불어, 학창 시절부터 감당해야 하는 식비, 훈련비, 대회 참가비 등 각종 비용 부담까지 포함하는 문제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들은 선수들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든다. 선수들이 축구를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로 '불투명한 비전'(27.8%)이 꼽힌 것은 당연한 결과다. 순수한 열정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국 여자축구의 현실은 너무나 위태롭고 불안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