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보기 역겹다" 분노 폭발…통일교 성지 '욱일기' 문양, 구청 요청도 '무시'

사건의 발단은 최근 한 구민이 "용산구 통일교 건물 옥상에 욱일기가 그려져 있어 보기가 거북하다"며 용산구청에 시정 명령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문제의 건물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천원궁 천승교회'로, 통일교의 국내 핵심 성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과거 용산구민회관이었던 이 건물을 2009년 통일교가 850억 원에 매입해 대규모 종교 시설로 탈바꿈시켰다.
민원을 접수한 용산구청 건축과는 즉시 건물 관리 주체인 통일교 측에 해당 문양이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가려달라고 '협조 요청'을 했다. 하지만 통일교 측은 아무런 응답도,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구청은 민원이 거듭되자 공식적으로 공문을 발송하고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통일교는 여전히 묵묵부답인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 문양은 통일교의 공식 '통일기'다. 통일교 측은 이 문양이 1960년대부터 사용해 온 상징이며, "태양을 중심으로 형성된 우주처럼, 하나님을 중심으로 구성된 천주(天宙)를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욱일기와는 무관한, 고유의 종교적 상징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통일교와 일본 보수 정당 간의 오랜 유착 관계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문양에 대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통일교는 1960년대 일본에 지부를 설립한 이래 자민당 등 보수 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이는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사건을 계기로 일본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큰 파장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통일교의 '통일기'가 욱일기와 유사하다는 점은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용산구청 역시 해당 문양이 대외적으로 크게 노출되는 것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교가 시정 요구를 끝까지 거부하더라도, 이를 강제로 철거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어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시민들의 불쾌감과 역사적 상징에 대한 논란 속에서, 법적 제재 수단이 없는 행정기관의 고심만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