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470원 바게트' 논란, 한국 '990원 소금빵' 사태와 소름 돋게 닮아

 프랑스의 상징과도 같은 '바게트'를 둘러싸고 전례 없는 가격 전쟁이 벌어졌다. 발단은 대형 유통업체 '리들(Lidl)'과 '알디(Aldi)'가 새 학기 시즌을 겨냥해 내놓은 0.29유로(약 470원)짜리 초저가 바게트였다. 이는 프랑스 동네 빵집에서 판매되는 평균 바게트 가격인 1.09유로(약 1700원)보다 무려 70%나 저렴한 파격적인 가격이다.

 

이러한 대형마트의 공세에 프랑스 전국 제빵·제과협회(CNBP)는 즉각 분노를 터뜨렸다. 도미니크 앙락 협회장은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 상품일 뿐"이라고 규정하며, "이런 초저가 경쟁은 결국 제빵업계 전체를 하향 평준화시켜 죽이는 행위"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그는 전통 수제 빵의 가치를 역설하며 둘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강조했다. "동네 빵집은 인건비가 생산 비용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수 시간이 걸리는 반죽 과정, 제빵사가 손으로 직접 모양을 빚고 현장에서 즉시 구워내는 정성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형마트는 완전 자동화 공정을 통해 인건비를 극단적으로 줄여 초저가 판매를 실현한다. 앙락 회장은 "마트는 시간당 1만 개의 바게트를 기계로 찍어내지만, 제빵사는 하루 400~600개를 만드는 게 고작"이라며 "그 값싼 바게트 뒤에는 사람이 아닌 기계만 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논란이 비단 프랑스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유명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가 팝업스토어에서 '990원 소금빵'을 판매하며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그 역시 원자재 산지 직송, 빵 모양 규격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등 대형마트와 유사한 방식으로 가격을 낮췄다.

 

프랑스의 '470원 바게트'와 한국의 '990원 소금빵' 사태는 기계의 효율성과 대량 생산이 장인의 기술과 전통의 가치를 위협하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비록 프랑스 바게트 시장의 91%는 여전히 전통 빵집이 장악하고 있지만, '가격 파괴'라는 거대한 흐름이 미칠 파장에 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빵값 논쟁을 넘어, 우리가 어떤 가치를 소비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