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 몇 마리에 7만원, 어묵 1개 3천원…대통령도 분노했지만 '속수무책'

 최근 부산의 한 횟집에서 해삼 서너 마리를 한 접시에 담아 7만 원에 판매한 사실이 알려지며 전국적인 공분을 산 가운데, 관광지의 고질적인 '바가지요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태의 심각성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해당 사례를 언급하며 "단속할 방법이 없나"라고 질타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할 정도로 커졌지만, 정작 일선 지자체들은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부산 중구의 A 횟집은 손님에게 가격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고 '시가'로 표기한 채 터무니없는 가격을 받아 비판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바가지요금 문제는 비단 이 횟집만의 일이 아니다. 여름 휴가철을 거치며 전국의 주요 관광지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속출했다. 부산 기장군 해동용궁사 인근 노점에서는 어묵 1개를 3000원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에 판매해 물의를 빚었고, 울릉도의 한 식당은 비계가 절반 이상인 삼겹살을 팔다가 관광객의 폭로로 군수가 직접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단순히 비싼 가격을 넘어, 축제 등 대목을 악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얌체 상술'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지난 7월, 부산불꽃축제 날짜가 변경되자 한 숙박업소는 기존에 65만 원에 예약을 마친 손님에게 "135만 원을 추가로 내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해버리는 대담함을 보였다. 이처럼 관광객의 즐거운 경험을 망치고 지역 이미지 전체에 먹칠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행정 당국의 대응은 무력하기만 하다.

 


현행법상 바가지요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은 극히 제한적이다. 논란이 된 7만 원짜리 해삼을 판매한 A 횟집에 대해 중구청이 내린 조치는 '가격 미표기'에 대한 시정명령이 전부였다. 식품위생법상 가격표를 제대로 붙이지 않거나 다른 요금을 받을 경우에만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의 처분이 가능할 뿐, 단순히 가격을 비싸게 받는 행위 자체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해동용궁사 앞 노점 역시 기장군청에 고발되었지만, 이는 가격 문제가 아닌 '무신고 영업'에 대한 조치였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지자체들은 결국 '캠페인'과 같은 계도성 활동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구청과 기장군청은 상인회와 함께 바가지요금 근절을 다짐하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지만, 이는 업주들의 자발적인 양심에 호소하는 수준에 그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숙박업소의 얌체 환불 역시 현행 규정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바가지요금은 지역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기에 반드시 근절돼야 하지만, 이를 단속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침이나 입법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법적 단속에 앞서 상인 사회의 근본적인 의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동서대 권장욱 교수는 "단기적인 폭리가 결국 부산 관광 전체에 더 큰 손해를 입힌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며, "관광객을 돈벌이 대상이 아닌 '시민'으로 따뜻하게 맞이하는 부산만의 환대 철학을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