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70%인데 유효슈팅은 밀렸다?…'신성' 비르츠의 결정적 실책, 독일 침몰의 전말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이끄는 독일 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 A조 1차전에서 슬로바키아에 0-2로 충격적인 완패를 당했다. 이는 단순한 1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독일은 이 경기 전까지 월드컵 예선 원정 52경기에서 41승 11무라는 경이로운 무패 기록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패배로 반세기 넘게 지켜온 '원정 불패' 신화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치욕의 역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이 월드컵 예선에서 패배한 것 자체가 서독 시절을 포함해 역사상 단 세 번뿐이었는데, 이전 두 번의 패배는 모두 홈 경기였다. 원정에서의 첫 패배라는 불명예와 더불어, 2001년 잉글랜드에 1-5로 대패한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 예선에서 2골 이상 실점하며 패하는 기록까지 떠안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상대가 FIFA 랭킹 9위인 독일보다 무려 43계단이나 아래인 슬로바키아(52위)였다는 점이다. 경기 내용은 더욱 처참했다. 독일은 7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상대의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날카로운 역습에 수비가 속수무책으로 뚫리며 무너졌다.
전반 막판, 독일의 신성 플로리안 비르츠가 중원에서 볼을 빼앗기는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고, 이는 곧바로 역습으로 이어져 다비드 한츠코에게 선제골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후반 10분에는 상대 공격수 다비트 스트렐레츠가 독일의 핵심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를 완벽하게 제치는 개인기에 이은 환상적인 감아차기 슈팅으로 추가골까지 허용했다.

나겔스만 감독은 교체 카드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한번 넘어간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독일의 공격은 번번이 슬로바키아의 밀집 수비에 막혔고, 슈팅 수는 14개로 앞섰지만 정작 골문으로 향한 유효슈팅은 4개로, 5개를 기록한 슬로바키아에 오히려 밀리는 굴욕을 맛봤다.
이번 패배는 독일 축구의 암울한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6월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포르투갈(1-2)과 프랑스(0-2)에 연달아 패했던 독일은 이번 슬로바키아전 패배까지 더해 A매치 3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이 충격적인 결과는 한국 축구에도 의외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독일이 조 1위 확보에 실패해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에 진출할 경우, 조 추첨에서 포트4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포트2 배정이 유력한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경우 아르헨티나(포트1), 파라과이(포트3), 그리고 독일(포트4)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할 수 있는 시나리오까지 그려지게 됐다. 첫 경기부터 최하위로 추락한 독일은 오는 8일, 북아일랜드를 상대로 분위기 반전을 노려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