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종의 수컷을 직접 '생산'해 교미…과학계 경악시킨 여왕개미의 상상 초월 번식법

 생물학의 상식을 뒤흔드는 경이로운 발견이 개미 세계에서 포착됐다. 한 종의 여왕개미가 완전히 다른 종의 유전자를 '복제'하여 그 종의 수개미를 직접 낳고, 심지어 자신이 낳은 그 수개미와 교미해 '잡종' 일개미를 생산하는, 지금껏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번식 방식이 최초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마치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자신의 필요에 따라 가축처럼 길들이고 주머니에 넣어 다니는 듯한 충격적인 생태로, 진화과학계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놀라운 발견은 프랑스 몽펠리에대 진화과학연구소의 조너선 로미귀에르 연구원팀이 남부 유럽에 서식하는 '이베리아수확개미(Messor ibericus)'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이 개미는 약 500만 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스트럭터수확개미(Messor structor)'와 서식지를 공유하며 공존한다. 기존에도 일부 개미 종이 다른 종의 수개미와 교미하여 노동력을 전담할 불임의 잡종 일개미를 낳는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변에 다른 종의 군락이 존재할 때 가능한 일이었다.

 

연구팀의 의문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시작됐다. 섬 전체를 통틀어 스트럭터수확개미 군락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베리아수확개미 군락 내부에서는 버젓이 스트럭터수확개미 수컷들과 두 종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 일개미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공급될 리 없는 다른 종의 수개미가 어떻게 이베리아수확개미 둥지 안에 존재할 수 있었을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연구팀은 26개 군락에서 채집한 132마리의 스트럭터수확개미 수컷 유전자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생물의 핵심 유전 정보가 담긴 '세포핵'에서는 스트럭터수확개미의 DNA가 나왔지만, 모계를 통해서만 유전되는 세포 소기관 '미토콘드리아'에서는 놀랍게도 이베리아수확개미의 DNA가 검출되었다. 이는 이 수개미들이 스트럭터수확개미 암컷이 아닌, 이베리아수확개미 여왕개미에게서 태어났다는 명백하고도 충격적인 증거였다.

 

결론적으로 이베리아수확개미 여왕개미는 외부의 도움 없이, 혼자서 스트럭터수확개미의 유전자를 복제해 수컷을 '생산'해냈고, 그 아들뻘 수컷과 교미하여 잡종 일개미 군단을 만들어 둥지를 짓고 먹이를 구하는 노동력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순수 혈통(새로운 여왕개미와 수개미)은 같은 종과의 교미를 통해 보존하면서, 노동력은 다른 종의 유전자를 '빌려' 해결하는 지극히 효율적이고 이기적인 생존 전략이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복제'된 스트럭터수확개미 수컷을 실제 스트럭터수확개미 군락에 보냈을 때, 생김새는 똑같았지만 침입자로 간주되어 즉시 공격받아 죽었다는 점이다. 복제된 수컷이 이베리아수확개미의 페로몬을 풍겼기 때문이다. 이는 이들이 유전적으로는 스트럭터수확개미일지 몰라도, 정체성은 완전히 이베리아수확개미에 종속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한 전문가는 이를 "한 종이 다른 종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으며, 과학 저널 '네이처'는 "다른 종의 유전자를 '가축화'한 기이하고도 놀라운 발견"이라고 논평했다. 이번 연구는 생물의 번식과 진화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깨부수는 동시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연의 비밀이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