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던 저녁 아파트에 울려 퍼진 '성인물 사운드'

 지난 8일 저녁, 한 아파트 단지의 평화롭던 일상이 황당하고 불미스러운 방송 사고 하나로 완전히 깨져버리는 소동이 벌어졌다. 저녁 식사가 한창일 오후 7시 30분경, 각 세대에 설치된 안내 방송용 스피커에서 갑작스럽게 성인물에서나 나올 법한 노골적인 음성이 약 10초에서 15초간 송출된 것이다.

 

사건을 제보한 입주민 A씨는 JTBC '사건반장'과의 인터뷰에서 "가족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아파트 전체 스피커에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소리가 명확하게 들려왔다"며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소리가 나온 뒤 방송이 뚝 끊기자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어안이 벙벙했다"고 당시의 충격적인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이 어처구니없는 방송 사고에 입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있던 가정에서는 부모들이 느꼈을 당혹감과 분노가 극에 달했다. 곧바로 관리사무소에는 입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고,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폭주하며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커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관리사무소 측은 즉각 입주자대표회의에 해당 사건을 긴급 안건으로 보고했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는 곧바로 임시 회의를 소집하여, 방송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에 대한 징계 조치,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한 공식 사과문 게시,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전 직원 특별 교육 실시 등의 후속 조치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후 관리소장은 아파트 게시판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직접 고개를 숙였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방송 후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관리사무소장으로서 먼저 입주민 여러분께 깊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부모로서 얼마나 당혹스럽고 화가 치밀어 오르셨을지 충분히 헤아리고 있다. 다시 한번 이번 방송 사고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관리소장은 이번 사고가 명백한 인재(人災)였음을 인정하며 사건의 전말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안내 방송을 모두 마친 후, 방송 시스템을 완전히 종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직 근무자가 관리사무소 컴퓨터의 유튜브를 이용해 영화 예고편을 시청했다"면서 "바로 그 영화 예고편에 포함된 성인용 음성이 그대로 전 세대 스피커로 송출되는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고 해명했다.

 

결국 한 직원의 안일하고 무분별한 행동이 아파트 전체를 큰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관리소장은 "당직자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입주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어떤 말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정을 철저히 이행하고, 다시는 이와 같이 불미스러운 일이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도록 전 직원의 근무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고 거듭 약속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