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철권통치 레비, 충격적 퇴출의 전말

레비 전 회장은 지난 25년간 토트넘을 이끌며 구단의 현대화를 이룩한 인물이다. 최첨단 경기장과 훈련 시설을 건설하며 클럽의 위상을 끌어올렸고, 손흥민과 해리 케인이라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강의 듀오를 탄생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그의 마지막 인사 역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강팀으로 성장시켰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업적 뒤에는 '무관'이라는 치명적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케인은 레비 체제 아래에서 구단의 상징으로 활약했지만, 단 하나의 우승 트로피도 들어 올리지 못한 채 결국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야 했다. 이 과정에서 레비는 '협상의 달인'답게 케인의 이적을 수차례 막아서며 팬들의 애증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 레비가 스스로 회장직을 내려놓았다는 소식에 케인이 놀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케인은 "솔직히 말하면 놀랐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도 "레비는 20년 동안 훌륭한 회장이었다. 우리는 관계를 쌓았고,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라 확신한다"며 옛 회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표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 속에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로 에둘러 표현한,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당혹감과 복잡한 심경이 묻어났다.

케인의 이 '순진한' 반응과 달리, 축구계의 시선은 냉정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를 포함한 유력 매체들은 레비의 퇴장이 '사임'으로 포장된 '사실상의 경질'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토트넘의 실소유주인 루이스 가문이 더 이상 레비 체제로는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디 애슬레틱'은 "루이스 가문은 팬들이 원하는 것이 더 많은 승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과 접근법이 나타난 이유"라며, 이번 결정이 철저히 구단주 가문의 의지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결국 레비의 퇴장은 '성공한 비즈니스맨'이었지만 '실패한 축구단 회장'이라는 냉정한 평가의 결과물인 셈이다. 그는 토트넘을 부유한 구단으로 만들었지만, 팬들이 진정으로 갈망했던 우승의 기쁨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손흥민과 케인이라는 역대급 재능을 보유하고도 정점에 서지 못했던 '레비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케인이 말한 대로 토트넘에는 "새로운 장"이 열렸다. 하지만 그 새로운 장이 '애증의 동반자'이자 25년 철권통치자를 내치는 냉혹한 방식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케인 자신에게도, 그리고 토트넘의 미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