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쓴 다저스, 2번 시드도 못 잡나? 필라델피아전 '싹쓸이' 못하면 끝장

다저스는 오는 16일부터 18일(현지 시각)까지 홈구장인 다저 스타디움으로 필리스를 불러들여 운명의 3연전을 치른다. 현재 동부지구 1위 필리스와 서부지구 1위 다저스의 승차는 4.5경기. 다저스가 2번 시드를 탈환할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이어가려면 이번 3연전 스윕(싹쓸이)이라는 절대적인 과제를 완수해야만 한다. 3연전을 모두 승리해야 승차를 1.5경기로 좁히며 막판 뒤집기를 노려볼 수 있는, 그야말로 벼랑 끝 승부다.
포스트시즌에서 2번 시드와 3번 시드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2번 시드는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해 체력을 비축하고 홈 어드밴티지를 누리는 반면, 3번 시드는 와일드카드 시리즈(3판 2선승제)라는 추가적인 단기전을 치러야 하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한 시리즈를 더 치르는 부담은 투수진 소모와 체력 저하로 직결되기에, 양 팀 모두 2번 시드 자리를 절대 놓칠 수 없다.
양 팀은 그야말로 총력전을 예고했다. 다저스는 에밋 시핸, 오타니 쇼헤이, 블레이크 스넬 순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렸다. 시즌 전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치는 라인업이지만, 팀의 운명이 걸린 만큼 한 경기 한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필리스 역시 에이스 잭 윌러가 부상으로 이탈했음에도, 최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레인저 수아레즈를 필두로 크리스토프 산체스, 헤수스 루자르도가 마운드에 오른다.

사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다저스의 독주가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냉혹했다. 강력한 경쟁자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6경기에서 전패를 당하는 굴욕을 맛봤고, 피츠버그 파이리츠나 LA 에인절스 같은 약팀에게도 스윕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100승은 따 놓은 당상'이라던 시즌 전 예측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비로소 '완전체 전력'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스넬-타일러 글래스나우-야마모토 요시노부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리그 최강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으며, 알렉 베시아와 마이클 코펙이 돌아온 불펜도 안정을 찾았다. 타선 역시 맥스 먼시와 토미 에드먼의 복귀로 짜임새를 더했고, 대주자 스페셜리스트 김혜성 역시 건강하게 출격을 대기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맞서는 필리스의 기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최근 10경기에서 8승 2패를 쓸어 담으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심지어 필리스의 목표는 2번 시드 수성이 아닌,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1번 시드 경쟁이다. 현재 두 팀의 격차는 단 2경기에 불과해, 필리스 역시 다저스를 제물 삼아 1위 탈환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과연 다저스는 천문학적인 투자에 걸맞은 결과를 만들어내며 가을야구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인가. 야구 팬들의 시선이 로스앤젤레스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