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놈은 해킹, 한 놈은 현금깡…KT 무단결제 사건, 두 중국교포의 완벽한 분업 범죄였다

 수도권 일대의 KT 이용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이른바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이 사건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된 중국 국적의 남성 두 명이 마침내 덜미를 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침해) 및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중국교포 40대 남성 A씨를, 그리고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및 범죄수익 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또 다른 중국교포 40대 남성 B씨를 각각 체포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들의 검거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던 신종 모바일 해킹 범죄의 실체가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주범 A씨의 범행 수법은 대담하고 치밀했다. 그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불법으로 들여온 소형 기지국 장비를 자신의 승합차에 설치한 뒤, 유동인구가 많은 수도권 특정 지역을 배회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이 불법 기지국은 일종의 '가짜 중계기' 역할을 하며, 인근에 있는 KT 이용자들의 휴대전화 신호를 가로채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휴대전화가 정상적인 통신망이 아닌, 범죄에 노출된 해킹 장비에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다. A씨는 이렇게 확보한 휴대전화의 통제권을 이용해, 피해자들의 명의로 모바일 상품권을 대량 구매하거나 교통카드를 충전하는 등 소액결제를 무단으로 감행하며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공범 B씨의 역할은 이렇게 생성된 범죄 수익을 '세탁'하는 것이었다. 그는 A씨가 해킹을 통해 결제한 모바일 상품권 등을 즉시 되팔아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현금화'를 담당했다. 한 명은 기술적으로 범죄를 실행하고, 다른 한 명은 그 수익을 추적이 어려운 현금으로 바꾸는 완벽한 분업 체계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 행각을 포착한 뒤, 신원을 특정하고 검거를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지난 16일 오후 2시 3분경, 중국에 머물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다시 입국하던 A씨를 입국장에서 바로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불과 50분 뒤인 같은 날 오후 2시 53분경에는 서울시 영등포구에 은신해 있던 공범 B씨를 긴급체포하며, 이들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경찰은 A씨가 해외를 오간 점과 B씨가 국내에 머물며 범죄 수익을 은닉해온 정황으로 미루어, 이들의 도주 및 증거인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정확한 피해 규모, 그리고 추가 공범의 존재 여부 등을 밝히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이동하는 차량을 이용한 신종 해킹 수법이 실제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