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실험' 장면 그대로 본다…등급 없이 개봉한 영화 '731'에 중국 관람석은 눈물바다, 대체 왜?

 중국 대륙이 영화 한 편으로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일본 관동군 731부대의 잔혹한 생체 실험 만행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731'이 개봉과 동시에 중국 영화사의 모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개봉 첫날에만 무려 26만 회 상영이라는 전무후무한 신기록을 세웠고, 하루 입장권 수익은 3억 위안(약 580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단순한 영화 흥행을 넘어, 곪아 있던 역사적 상처와 반일 감정이 중국 사회 기저에서 얼마나 거대하게 꿈틀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지표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 하얼빈에 주둔하며 한국인, 중국인 등을 대상으로 자행된 731부대의 끔찍한 인체 실험을 적나라하게 스크린에 옮겼다. 제작진이 10년이 넘는 준비 기간 동안 8000쪽에 달하는 기밀 해제 문건과 400시간이 넘는 전 부대원의 영상 증언을 토대로 철저한 역사 고증을 거쳤다고 밝힌 만큼, 그 묘사는 참혹함 그 자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중국에는 법적 강제성을 띤 영화 등급 분류 제도가 없어, 공산당 선전부의 심의만 통과하면 이처럼 잔인한 장면이 포함된 영화도 '전체 관람가'로 상영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 매체들은 극장 곳곳에서 어린 학생들이 여과 없이 비극을 마주하고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을 연일 보도하며, 영화가 불러일으킨 사회적 파장을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흥행의 배경에는 중국 당국의 치밀하게 계산된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화가 개봉한 9월 18일은 1931년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킨 '국치일(國恥日)'이다. 중국이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으로 규정한 올해, 가장 치욕적인 날에 맞춰 반일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화를 개봉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본 언론들은 경기 둔화와 내부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이 '항일'이라는 역사적 서사를 통해 대중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통치 전략의 일환으로 영화를 활용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기획 단계부터 당국의 지도를 받는 중국 영화계의 특성상, 개봉 시기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731'은 잘 만들어진 '정치적 도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영화가 촉발한 파장은 스크린 안에만 머물지 않고, 중국 내 일본인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번지고 있다. 과거 쑤저우와 선전 등에서 일본인 모자 피습, 일본인 학교 학생 피살 등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던 터라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결국 상하이 등 7개 지역의 일본인 학교는 국치일을 전후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고, 일부 학교는 아예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외출 시 일본어 사용을 자제하라"는 이례적인 경고까지 내보내며, 사실상 '헤이트 재팬(Hate Japan)'으로 번진 위험한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감정 대립이 440조 원에 달하는 양국 간의 거대한 경제 교류에까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중 갈등 속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 일본과의 협력이 절실한 중국 입장에서, 통제 불가능한 수준의 반일 감정 확산은 외교적,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 역시 자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중국 당국에 강력히 항의하면서도, 역사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은 자제하며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전랑' 시리즈의 사례처럼 관제 애국주의에 대한 중국 관객들의 피로감과 냉소가 존재하는 만큼, '731'이 불러온 열풍이 장기적인 흥행과 정치적 구심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