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만으론 못 버텨!" 병장 월급에 초급 간부 '동공 지진'

병장의 실질적인 월급은 기본급 150만원에 '내일준비적금' 55만원 납입 시 정부가 같은 금액을 지원해 총 205만원에 달한다. 이 금액은 초임 소위의 1호봉 기본급인 201만7300원이나 하사 1호봉 기본급인 200만900원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병장과 초급 간부 간의 급여 격차가 매우 좁혀졌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수치상의 역전 현상은 단순히 숫자를 넘어선다. 간부들은 병사와 달리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 및 보험료를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부대 내 급식 문제까지 겹치며 초급 간부들의 경제적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간부 급식비는 하루 4800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최근 일부 부대 식당의 한 끼 식비는 6000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야전 부대 하사는 "국방부는 '병사와 간부 월급 역전은 없다'고 하지만, 병장과 비교하면 결코 월급이 많다고 보기 어렵다"며, "야전에서는 부대에서 하루 두 끼만 먹어도 한 달에 자기 돈 10만원 이상은 써야 한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병사들이 사실상 무료로 급식을 제공받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병장 월급 인상안이 확정될 당시에도 '월급 역전'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국방부는 "2025년 병 봉급이 인상되더라도 초급 간부인 하사와 병사의 봉급 역전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료를 배포하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국방부는 명절 수당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할 경우 2024년 기준 초임 하사의 실수령액이 252만원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하사 3호봉 실수령액이 203만8000원 수준"이라며, 국방부의 주장은 명절 수당이 없는 평달에 실제로 받는 급여와는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간부들의 경우, 병사들보다 훨씬 큰 책임감과 업무 강도를 감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보상에서는 그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15년간 병사 월급이 10배 이상 급증한 데서 기인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군 인건비는 55.5% 늘어났는데, 이 중 장교 인건비는 24.3%, 부사관 인건비는 51.6% 증가한 반면, 병사 인건비는 무려 357%나 폭증했다. 병사 인건비의 급격한 증가는 전체 국방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 상대적으로 초급 간부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여력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 위관급 장교는 "사명감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현실적인 보상이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젊은 간부들의 이탈을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나마 초급 간부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하사·중사, 소위·중위 등 5년 미만 초급 간부들의 보수를 최대 6.6% 인상하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또한, 병사에게만 해당되던 '내일준비적금' 제도를 장기 복무 간부를 대상으로도 확대하여, 월 30만원까지 정부가 매칭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초급 간부들의 사기 저하를 막고, 우수 인력의 유출을 방지하며, 장기적으로 군의 전투력 유지 및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