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 이제 '나 몰라라' 못 한다!" 공정위, '갑질 본부'에 사상 초유의 칼날 뽑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주 단체의 협의 요청에 의무적으로 응해야 한다는 법 개정 추진이다. 현행 가맹사업법에도 본부의 협의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만, 이를 거부했을 때의 제재 규정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공정위는 협의 명령 불응 시 본부를 고발하는 등 강력한 제재 근거를 신설함으로써, 가맹점주 단체의 목소리가 실질적인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는 그동안 본사의 '나 몰라라'식 태도에 속앓이했던 수많은 가맹점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위축을 우려하는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몇 가지 단서 조항을 두었다. 점주 단체의 무분별한 협의 요청으로 본부의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협의 요청 횟수를 제한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협의를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할 예정이다. 또한, 같은 안건으로 여러 단체가 협의를 요청할 경우 한꺼번에 협의하는 '일괄 협의 절차'를 마련하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가맹점주의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산업 생태계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공정위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가맹점주 단체의 대표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점주단체 등록제' 도입도 중요한 변화다. 그동안 본사 측은 점주 단체의 구성 요건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악용하여 '대표성이 없다'는 이유로 협의를 거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앞으로는 점주 비율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단체는 공정위에 등록하여 공식적인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가맹점주들이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고 본사와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 가맹점주들의 결속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폐업 시 가맹점주의 '위약금 없는 계약 해지권' 보장 또한 가맹점주들의 숨통을 트이게 할 핵심 대책이다. 현재 가맹사업법에는 가맹점주의 계약 해지권 보장을 위한 조항이 전무하여, 불가피한 사정으로 폐업을 결정하더라도 막대한 위약금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정위는 특정 요건 충족 시 위약금 부담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해지 요건이나 위약금 감면 방식은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될 예정인데, 과거 편의점업 표준계약서에서 제시되었던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상권 악화, 질병·자연재해로 인한 영업이익 악화 등이 주요 요건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프랜차이즈 업계는 해지권 도입 시 경영 악화에 따른 부담을 본사가 전적으로 떠안게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창업 단계에서의 정보 불균형 해소를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직접 정보공개서를 공개하는 '정보공개서 공시제' 도입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시·도 등 등록기관의 심사 지연으로 최신 정보가 제때 제공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제는 본부가 직접 정보를 공시함으로써 예비 가맹점주들이 더욱 정확하고 시의성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브랜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브랜드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맹점 수' 등 주요 항목의 공시 주기를 기존 연 1회에서 분기별로 단축함으로써,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이날 가맹업계와의 현장 간담회에서 "가맹점주는 본부보다 협상력이 약하고,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알기 어려운 구조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지적하며, "가맹점 창업·운영·폐업 거래의 모든 과정에서 가맹점주의 권익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종합대책은 가맹점주들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본부와 가맹점주 간의 공정한 상생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법 개정 과정에서의 업계의 반발과 구체적인 시행 기준 마련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아, 공정위의 뚝심 있는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