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바퀴에 숨은 13세 소년, 2시간 '지옥 비행' 후 무사 착륙

지난 21일 오전, 아프간 북부 쿤두즈주 출신의 이 용감한 소년은 카불 국제공항의 삼엄한 보안망을 뚫고 아프간 항공사 캄에어 소속 RQ-4401편 여객기에 몰래 잠입했다. 그는 이륙 전, 항공기의 거대한 랜딩기어 공간에 몸을 웅크린 채 숨어들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순간부터 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착륙하기까지 약 2시간 동안, 소년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과 공포 속에서 사투를 벌였을 것이다. 통계적으로 랜딩기어 탑승자의 생존율은 극히 미미하며, 대부분 저체온증, 저산소증, 그리고 착륙 시 랜딩기어 전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으로 인해 사망한다. 하지만 이 소년은 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남았다. 항공기가 고도 1만 미터 상공을 비행할 때 랜딩기어 공간의 온도는 영하 50도 이하로 떨어지며, 산소 농도 또한 희박해 의식을 잃기 쉽다. 또한, 착륙 시 랜딩기어가 전개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과 진동, 그리고 외부로 노출되는 위험은 상상조차 어렵다.
여객기가 델리 공항에 착륙한 직후, 소년은 랜딩기어 공간에서 빠져나와 비행기 옆을 비틀거리며 서성였다. 오전 11시경, 공항 당국에 의해 발견된 그는 충격과 피로에 지친 모습이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관계자들의 조사에서 소년은 그저 "호기심 때문에" 이 같은 무모한 행동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의 눈빛 속에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어떤 절박함이 담겨 있었을지도 모른다. 캄에어 보안팀은 즉시 항공기 안전 점검에 나섰고, 랜딩기어 공간에서 소년의 것으로 추정되는 빨간색 작은 오디오 스피커를 회수했다. 다행히 항공기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추가적인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

소년은 조사를 마친 후, 불과 몇 시간 뒤인 당일 오후 12시 30분, 그를 델리로 데려왔던 바로 그 항공편을 이용해 다시 카불로 되돌아갔다. 짧지만 강렬했던 인도의 경험은 그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TOI) 기사 댓글에는 경이로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여객기가 착륙하는 과정에서 랜딩기어 부분이 열리면 밖으로 튕겨 나갈 수 있는데, 무사하다니 정말 기적"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 다른 이는 "영하 20도 이하의 기온과 강한 바람을 어떻게 버텼는지 믿기지 않는다"며 소년의 강인한 생명력과 용기에 경의를 표했다.
하지만 단순히 기적에 대한 찬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암울한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인도 사회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아프가니스탄이 여성과 어린이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곳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가 다 알면서도, 누구도 이 소년에게 망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이것은 우리나라(인도)의 수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소년의 기적적인 생존은 단순히 개인의 용기를 넘어, 전쟁과 빈곤에 시달리는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의 절박한 현실과, 국제 사회가 그들에게 보여야 할 책임감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 소년의 위험천만한 비행은, 어쩌면 아프가니스탄의 수많은 아이들이 직면한 고통과 탈출을 향한 간절한 염원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사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