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도 '극찬'...2000명 관객이 자리를 뜨지 못한 영화의 정체

그 시작은 개막 나흘째인 19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 열린 첫 상영회였다. 약 200석의 좌석은 예매가 열리자마자 순식간에 동이 났고, 영화가 끝난 뒤 이어진 감독과 배우들과의 대화(GV) 시간에도 관객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스크린 위로 펼쳐진 이야기뿐만 아니라, "극장은 기억과 감정이 교차하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영화의 묵직한 메시지가 관객 한 명 한 명의 가슴에 깊이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각자의 추억 속에 자리한 '나만의 극장'을 소환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분위기는 20일 열린 두 번째 공식 상영에서 절정에 달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를 가득 메운 관객들 앞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손님이 등장한 것이다. 바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 영화를 관람했다. 대통령 부부의 등장은 그 자체로 엄청난 화제였지만, 더욱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가 끝난 뒤에 펼쳐졌다. 두 사람은 자리를 뜨지 않고 무대에 올라 감독, 배우, 그리고 일반 관객들과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했다. 현직 대통령이 영화제에 참석해 관객과의 대화까지 함께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행보로, 이는 단순히 한 편의 영화를 관람하는 것을 넘어 예술영화와 그것을 지켜온 공간에 대한 정부의 깊은 애정과 지지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1일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무대인사에는 약 2,000여 명의 관객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감독과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자 박수와 환호가 파도처럼 밀려왔고, '극장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문화와 기억을 품는 장소'라는 프로젝트의 핵심 메시지는 축제를 찾은 모든 이들의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내며 그 울림을 증폭시켰다. 결국 '극장의 시간들'은 상업적 흥행작이나 거장의 신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지난 25년간 상업성보다는 작품의 가치를 우선하며 묵묵히 예술영화의 보루 역할을 해온 씨네큐브의 철학이 관객의 기억과 감독의 의지, 그리고 국가적 관심과 맞닿아 2025년 가을, 가장 강렬하고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