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는 지원하고 노벨상 작가는 외면...문화강국 코리아의 이중적 민낯

문학 작품의 번역 수출은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원작의 저작권자나 대리인이 국외 번역가, 출판사, 판권 전문가와 접촉해 계약을 맺고, 출판사가 번역자와 계약을 체결한다. 번역이 완료되면 편집 과정을 거쳐 책이 출간되고, 판매 수익은 원작자, 출판사, 저작권 대리인, 번역자 등 여러 관계자에게 분배된다. 이 과정에서 도서전과 문학 축제는 중요한 만남의 장이 된다.
'저주토끼'는 2018년 서울 와우북 축제에서 안톤 허 번역가와의 만남을 통해 2021년 영어로 번역되어 현재 22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처럼 우연한 만남이 세계적인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국제도서전은 2023년까지 저작권 전문가들에게 넓은 공간을 제공해 자유로운 저작권 협상을 지원했으나, 2024년 예산 삭감으로 행사장 규모가 3분의 1로 축소되었다. 이로 인해 저작권 거래 전문가들의 활동이 제한되었고, 마지막 날에는 저작권홀이 아예 폐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한국 문화는 이미 20년 이상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2002년 '대장금'은 중동에서 시청률 90%를 기록했고, 중앙아시아에서도 한국 드라마는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BTS로 대표되는 K팝이 세계를 사로잡았고, 이제 K문학이 주목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세계 각국에서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접한 이들이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고, 그중 일부는 한국학 전문가나 번역가가 되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다.
그러나 2024년에 국외 출판 지원, 서울국제도서전이나 서울와우북페스티벌 같은 책 축제 지원, 독립서점 행사 지원 등 문학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지금이야말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시점인데, K문학은 오히려 시들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문화 산업은 투자를 통해 성장한다. 문학은 다른 문화 분야에 비해 투자 대비 성과가 좋은 분야이며, 모든 이야기의 원천으로서 문화산업 전체의 기반이 된다. 미국 LA도서전의 사례처럼, 업계 관계자들이 자유롭게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문화산업 발전의 핵심이다.
한국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일회성 성과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이를 발판으로 K문학과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지금이야말로 더 과감한 투자와 지원으로 한류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때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한다.